하루 800명 ‘돌봄 오픈런’… 통합돌봄 2주 만에 신청 4.6배 폭증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4-14 13:13
입력 2026-04-14 12:00
서울 중랑구에서 재택의료센터 의료진이 어르신 자택을 찾아 통합돌봄 핵심 서비스인 방문진료를 하는 모습. 서울신문DB


시설의 차가운 침대 대신 볕이 드는 집 거실에서 늙어갈 권리.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쏟아진 관심은 그만큼 간절했다. 본사업 시행 불과 2주 만에 신청자가 9000명에 육박하며 돌봄 갈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통합돌봄은 고령자나 장애인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기존 거주지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한데 묶어 맞춤형으로 지원받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본사업 시행 이후 2주간(4월 10일 기준) 총 8905명이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근무일 기준 하루 평균 809명으로, 올해 1~3월 시범사업 당시 하루평균 신청자(170여 명)보다 4.6배 급증했다. 전산시스템 점검으로 신청이 어려웠던 이틀을 제외하면 실제 하루 평균 신청자는 989명에 이른다.

10명 중 3명은 ‘고령 장애인’
‘먹고 자고 씻는 일’…돌봄의 중심은 결국 일상
통합돌봄 노인인구 1만 명당 신청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신청자 구성은 돌봄 수요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체 신청자 890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879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32.6%(2870명)는 장애를 동반한 ‘고령 장애인’이었다. 65세 미만 장애인 106명까지 더하면 전체 신청자 3명 중 1명(33.4%)이 장애인이다.



병원을 나선 뒤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사회적 입원’을 이어가던 환자들의 이동도 시작됐다. 시군구와 협약을 맺은 병원(협약 병원)에서 퇴원해 지역사회로 연계된 환자는 279명(3.1%)이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퇴원 후 집에서의 돌봄’ 연결 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현재 964개소인 협약 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연계가 완료된 대상자는 3250명이다. 이들에게 제공된 서비스는 총 1만 816건으로, 1인당 평균 3.3건이 연결됐다.

돌봄 대상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고도의 의료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유지였다. 가사·식사·이동 지원 등 ‘일상생활 돌봄’ 제공이 4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건강관리·예방(18.2%), 장기요양(11.4%), 보건의료(10.4%), 주거복지(9.8%) 순이었다. 국가가 설계한 기본 틀 위에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덧붙인 ‘지역특화 서비스’도 전체의 37.0%를 차지했다.

전남·부산은 ‘북적’, 경기는 ‘한산’
통합돌봄 서비스 분야별 비중. 보건복지부 제공


지역별 편차는 분명했다. 노인 인구 1만 명당 신청자 수는 전남이 18.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7.0명), 대전(16.6명), 광주(10.8명), 전북(10.3명) 순이었다. 반면 경기(4.0명), 울산(5.1명), 제주(5.3명), 인천(5.6명)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돌봄 인지도와 행정 대응 역량의 차이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다만 신청 증가가 곧바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돌봄은 가정 방문 조사와 통합지원회의, 서비스 계획 수립을 거쳐야 해 실제 연계까지는 통상 1~2개월이 필요하다. 본사업 이후 신규 신청자 8905명 가운데 즉시 서비스에 연계된 인원이 643명에 그친 이유다. 제도의 속도뿐 아니라 ‘연결의 완성도’가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정부는 지자체 담당자와의 전용 연락망 구축과 전산 상황실 운영,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초기 안착에 집중하고 있다. 방문진료를 담당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전국 422곳이 지정됐지만 일부 지역은 인력 부족으로 공백이 예상된다. 장애인 통합돌봄 역시 아직 102개 지자체에서만 운영돼 지역 간 격차가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짧은 기간에 신청이 몰린 것은 국민의 돌봄 필요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이용자 만족도와 재가 생활 유지 기간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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