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든 술잔, 닫히는 주점…‘술방’은 거꾸로 폭증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4-13 19:52
입력 2026-04-13 19:16
폭음률 33.8%…정점 찍고 2년째 하락
20대 음주율, 지역별로 최대 17.8%p↓
주점 1년 새 9.7%↓…5년간 30% 사라져
주류 광고 13년 만에 2.9배↑…술 노출 더 늘어
회식 자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폭음’ 문화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음주 지표 전반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점 폐업과 주류 매출 감소 등 산업 전반에도 변화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33.8%로 집계됐다. 2021년 31.7%에서 2023년 35.8%까지 상승했던 폭음률은 이후 2년 연속 하락하며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월간 폭음률은 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이상, 한 자리에서 남성 7잔(맥주 5캔), 여성 5잔(맥주 3캔) 이상 음주한 비율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39.2%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28.2%로 가장 낮았다. 전북은 34.0%에서 28.9%로 떨어지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충북은 38.6%에서 38.7%로 소폭 상승해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비율인 월간 음주율도 전국 모든 시도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인구 구조를 보정한 표준화율 기준으로는 광주가 59.5%에서 55.1%로 4.4%포인트 하락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 같은 변화는 20대에서 더욱 뚜렷하다. 충북과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20대 음주율이 모두 낮아졌다. 특히 세종은 68.3%에서 50.5%로 17.8%포인트 급감했다.
음주 행태 변화는 소비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월 1회 이상 주류를 소비한 사람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2023년보다 0.2일 줄었고, 하루 평균 음주량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주점 감소세도 가파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간이주점과 호프 주점 수는 2만 8443개로 1년 전보다 3065개(9.7%) 줄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5년 새 약 30% 감소한 수준이다. 주류 출고량 역시 지난해 315만 1371㎘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주점 매출과 주류업계 실적도 동반 하락했다. 주점 가맹점 한 곳당 평균 연 매출은 2024년 3억 1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 영업이익이 17.2% 줄었고,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5%, 18.8% 감소했다.
다만 음주 지표가 낮아지는 흐름과 달리 일상 속 주류 노출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TV·신문 등 매체에 실린 주류 광고는 2011년 대비 2024년 약 2.9배 증가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술방’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에서 음주 관련 키워드로 조회수 상위 100개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연예인이 등장한 비율은 2021년 10%에서 2024년 42%로 크게 늘었다. 음주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환경은 여전히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주류 광고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청소년의 주류 접근을 보다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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