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음료의 배신…“인공 감미료, 자식 세대까지 영향”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4-12 14:00
입력 2026-04-12 14:00
많은 사람이 탄산음료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설탕처럼 단맛은 내지만 칼로리는 없는 ‘비영양 감미료’가 첨가된 탄산음료를 선택한다. 이들 탄산음료에는 ‘다이어트’나 ‘제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마실 때 심리적 부담도 덜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인공 감미료가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당뇨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우려 섞인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탄산음료 중 다이어트나 제로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에는 설탕 대신 칼로르는 없고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가 포함된다. 그런데 인공 감미료가 체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마시는 사람은 물론 자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이런 상황에서 칠레 칠레대 인류학과, 의대 영양학과, 수의축산학부 동물 병리학과, 영양·식품기술 연구소, 생의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수크랄로스나 스테비아 같은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의 부정적 영향이 다음 세대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12일 밝혔다. 이 연구는 식품영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영양학’ 4월 10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비영양 감미료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 질환의 유병률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암수 생쥐 47마리를 세 집단으로 나눠 사람이 일상에서 섭취하는 농도와 양에 비례해 물, 수크랄로스를 녹인 물, 스테비아를 녹인 물을 마시도록 했다. 이어 이 생쥐들을 두 세대에 걸쳐 번식시켰고 자손들은 일반 물만 마시도록 했다. 이후 각 세대의 생쥐들을 대상으로 당뇨의 경고 신호인 인슐린 저항성을 측정하기 위해 경구 포도당 내성 검사와 분변 샘플을 채취해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단쇄 지방산(SCFAs) 농도 변화를 분석했다. SCFAs는 장내 세균이 식이섬유를 발효시킬 때 만들어 내는 물질로 장 점막을 보호하고 면역 조절, 혈당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SCFAs 농도가 낮아지면 장 건강이 악화되고 대사 장애 위험이 높아지는데, SCFAs 변화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통해 부모에서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다. 연구팀은 간과 장에서 염증, 장 장벽 기능, 대사와 관련된 5개의 유전자 발현도 분석해 인공 감미료의 후성유전학적 영향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수크랄로스와 스테비아는 각각 서로 다른 영향을 미쳤고 그 양상은 세대에 따라 변화했다. 인공 감미료를 투여한 생쥐의 첫 자손인 1세대의 경우, 수크랄로스를 섭취한 생쥐의 수컷 자손에서만 포도당 내성 손상 징후가 발견됐다. 2세대에 이르자 수크랄로스 섭취 생쥐의 수컷 자손과 스테비아 섭취 생쥐의 암컷 자손 모두에서 공복 혈당이 상승한 것이 확인됐다.

인공 감미료를 섭취한 두 집단 모두 분변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은 높아졌지만 단쇄 지방산 농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장내 미생물은 많지만 이 세균들이 인체에 유익한 대사산물은 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증거다. 이 변화는 다음 세대에도 이어졌는데 특히 수크랄로스 집단에서는 분변 내 병원성 세균이 늘고 유익 세균이 줄어드는 장내미생물 변화가 더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발현에서도 수크랄로스는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을 높이고 대사 관련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며 2세대에 걸쳐 지속됐다. 스테비아도 수크랄로스보다 영향은 작았지만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를 이끈 프란시스카 콘차 셀루메 칠레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와 스테비아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장내 미생물과 유전자 발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대사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그 영향이 세대 간에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셀루메 박사는 “이런 영향이 고지방 식이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는 대사 교란에 대한 취약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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