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몰랐다…“엡스타인 엮지 마” 멜라니아 돌발 행동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수정 2026-04-10 16:03
입력 2026-04-10 16: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설에 대해 “나와 엡스타인을 연결 짓는 거짓말들을 오늘로 끝내겠다”라며 “이는 중상모략”이라고 부인했다. 2026.04.09.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약점 중 하나인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을 직접 언급하며 자신과의 무관함을 주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고 없이 나타나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색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선 멜라니아 여사는 “나를 그 불명예스러운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관 짓는 거짓말은 오늘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는 엡스타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에게 2002년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는 엡스타인이 멜라니아 여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해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발표에서 “맥스웰에게 보낸 내 이메일 답장은 그저 캐주얼한 서신 교환에 불과하다. 그녀의 이메일에 대한 내 정중한 답장은 사소한 메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엡스타인의 피해자가 아니다. 엡스타인이 나를 트럼프에게 소개해주지 않았다”며 “나는 내 남편을 1998년 뉴욕시의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설에 대해 “나와 엡스타인을 연결 짓는 거짓말들을 오늘로 끝내겠다”라며 “이는 중상모략”이라고 부인했다. 2026.04.09. AP/뉴시스


멜라니아 여사는 또 “뉴욕시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는 사교계가 겹치는 게 흔하기 때문에 도널드와 나는 가끔 엡스타인과 같은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엡스타인이나 그의 공범인 맥스웰과 어떠한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며 “내가 엡스타인을 처음 마주친 건 2000년 도널드와 함께 참석한 한 행사에서였다. 그 이전엔 나는 엡스타인을 만난 적이 없으며 그의 범죄 행위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또한 “엡스타인과 나에 관한 수많은 가짜 사진 및 진술이 수년간 소셜미디어에 유포돼 왔다. 이러한 사진과 이야기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엡스타인 관련 법원 문서, 증언록, 피해자 진술서, 연방수사국(FBI) 조사 기록 등에 자신의 이름이 나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적 이득과 정치적 입지 상승을 위해 내 명예를 훼손하려는 악의적이고 정치적 동기를 지닌 개인 및 단체들의 거짓 비방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의회를 향해선 “엡스타인에게 피해를 본 여성들을 위해, 생존자를 중심으로 한 공개 청문회를 열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선서 후 증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인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AP 통신은 멜라니아 여사의 이날 발표가 “갑작스러운(out-of-the-blue) 메시지”라며 “백악관은 물론 워싱턴 정가를 놀라게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수 주 동안 이목을 독차지했던 엡스타인 논란을 드디어 넘어서는 데 성공한 듯 보였던 바로 그 시점에 나왔다”고 짚었다.

멜라니아 여사의 공개 청문회 제안은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즉각 얻어냈다. 하지만 엡스타인 관련 기록 공개 문제로 고심하던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견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매체 MS나우의 재클린 알레마니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의 성명에 대해 사전에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멜라니아 여사의 돌발 행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언론의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실망한 영부인의 독자적인 ‘저항’이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편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정관계 유력 인사가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가 있다는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공개 문건을 통해 유럽 왕실, 정관계 등 엘리트층이 엡스타인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당사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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