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대미 메시지’ 들고 간 왕이…미중 회담 계기 북미 대화 촉각 [외안대전]

이주원 기자
수정 2026-04-11 10:00
입력 2026-04-11 10:00
얽히고설킨 외교안보 현안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외안대전’(외교안보 대신 전해드립니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국익과 세계관이 맞부딪치는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국방·외교·통일 정책이 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국제외교-북미관계-북미정상회담 2차 베트남-김정은 도널드 환담. 만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8월 27일(현지시간) 베트남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 AP 연합뉴스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핵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 인정 등 대화 조건을 중국을 통해 간접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북미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9일 북한을 찾았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이번 방북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고위급 교류를 복원하는 성격을 가집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다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시점입니다. 다음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립니다. 미중이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핵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습니다. 하지만 미중 경쟁 격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경제적 밀착으로 영향력이 다소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왕 부장이 방북에서 북미 대화 재개 조건과 관련한 입장을 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중국 측에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등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재차 강조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 전후 미측으로부터 러브콜이 왔을 때 대응책을 사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중재역할을 한다면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대미접촉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만약 왕 부장이 평양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강하게 권유했다면 북한도 중국과의 정치, 경제적 실리 확보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평양 도착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북한 외무성의 초청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9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왕이 부장을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모습은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9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며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향해 비난을 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정세 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이란 문제 등으로 바빴던 미국이 한반도 문제로 눈을 돌릴 여력이 생기는 것 아니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에서도 북미 대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 8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 플래넘’에서 ‘5월 미·중 정상회담이 북미 협상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북한이 당연히 언급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은 북한과 양자 관계 수립을 원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의견을 물을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올가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악수하는 조현 외교장관·왕이 외교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9월 17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왕 부장이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국을 찾아 한반도 정세를 사전 조율하고, 미중 간 논의에서 활용할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중 외교당국은 왕 부장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 등으로 현재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왕 부장의 방한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날짜는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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