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반복될 구조적 위기… 中·러 말고 신물류망 ‘IMEC’ 주목”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4-08 17:21
입력 2026-04-08 17:12

산업연구원 “中·러시아 안 거치는 ‘인도-중동-유럽’ 신물류망 재편 가능성”

호르무즈 등 해상물류요충지 분쟁 취약
국지 공격만으로 공급망 경색 패턴 반복
집중형 에너지·물류 경로 구조 취약 전환
IMEC 등 새 다자물류망 구축 시도 필요
10~15년 건설·제조·물류 협력 기회 포착
산업전환기 중기 전략 설계 계기로 삼아야


기존 해상물류경로와 중국 일대일로의 대안인 다국가 연합형 공급망 형태인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산업연구원 제공


호르무즈 해협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해상 물류요충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일회성 아닌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드론 등 저비용·산발적 공격이 가능한 비대칭 무기가 발달하면서 국지적 공격만으로 글로벌 공급망 경색을 초래하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8일 불확실성이 큰 중국과 러시아 땅을 거치지 않는 다자간 신물류망 ‘IMEC’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 세계의 원유 수급 차질을 빚은 미·이란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물류 경로를 재판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10~15년을 내다보는 산업전환기의 중기 신시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추진의 의미와 우리 산업의 중기 전환전략 모색’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는 2022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2023년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 올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일련의 사태를 일회성의 위기가 아닌 비가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자폭 드론 등 저비용 공격 기술만으로도 고가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 간 전면전 없이도 글로벌 물류 요충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한 석유는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거래 석유의 25%에 달한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연간 약 1120㎥가 통과해 세계 LNG 거래의 약 20%를 차지한다.

글로벌 해상물류 8대 주요 요충지의 위치와 특징. 산업연구원 제공


지난달 1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16개 기뢰층을 포함한 여러 이란 해군 함정을 제거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영상. 미군은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16개 기뢰층을 포함한 여러 이란 해군 함정을 제거했다. U.S. Central Command 엑스(X)


이런 흐름 속에서 보고서는 기존 해상 물류 경로를 대체할 새로운 루트로 IMEC에 주목했다.

IMEC는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으로 미국·인도·유럽연합(EU)·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물류경로다. 한 국가가 일괄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참여국 간 특화 분야를 연계한 다국가 연합형 공급망이다.

아직 집행 체계나 전담 기구는 갖춰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EU-인도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IMEC 실현을 위한 구체적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기존 육상 파이프라인을 합산해도 호르무즈 물동량(하루 2090만 배럴)의 4분의 1에도 못 미쳐 에너지 벌크수송의 완전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고,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 화물의 신속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한국시간 8일 오후 2시 30분 호르무즈 해협.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선박들이 해협 주변에 몰려 있다. 이날 양국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풀릴 전망이다. 마린트래픽 캡처


미국-이란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 주요 일지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89%를 중국 기업이 독점 수주한 것과 달리 IMEC는 다자 개방형 구조인 만큼 한국 건설·제조·물류 기업의 참여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인구전략연구실장은 “인도와 중동의 소득 확대로 물류 활성화, 건설 붐은 건설업·전기기계장비·반도체·자동차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신시장 개척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향후 10~15년을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첩형 전환기’로 규정하며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숙련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활약할 이 시기에 IMEC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국내 전통(레거시) 산업의 일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자는 논리다.

길 실장은 “이번 미국·이란 전쟁을 단기적 손실로 단정하기보다 향후 10~15년간 산업·인구·AI 전환을 종합 관리하는 프레임 하에서 중기 산업전환 전략을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정박해 있는 유조선.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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