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장판에 중동 어쩌나…“美 가든 말든 이란은 더 길게 싸울 준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4-01 15:47
입력 2026-04-01 15: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4.1.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2~3주 내에 종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란 내에서는 종전과 관련해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손을 떼는 ‘셀프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중동 지역의 정세는 물론 그로 인한 세계 경제는 오랜 기간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3주 내 떠날 것”…‘셀프종전’ 시사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행사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곧 떠날 것”이라며 대이란 군사작전 종료 시점으로 “2~3주 이내”라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는데,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종전 일정과 방향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란 “종전” 언급했지만 “6개월도 감당 가능” 으름장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이란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침략 재발 방지 등 필수 항목 충족을 조건으로 한 분쟁 종식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신뢰 수준이 “제로”라면서도, “휴전을 수용하기보단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모색한다. 이란뿐만 아니라 레바논, 이라크, 예멘 등 이 지역 전역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시한을 정하지 않는다. 적들이 스스로 어떤 시한을 정하든 우리에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란이 6개월간의 전쟁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가장 짧은 게 6개월”(6개월은 충분하다)이라고 답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신화 연합뉴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의 조건에는 침략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과 피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된다”며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침략 재발 방지를 주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아라그치 장관의 답변을 종합해 보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며 군사작전을 종료하고 군대를 철수하더라도 이란을 비롯해 레바논이나 예멘까지 포함해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거나 침략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한 이란의 반격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 안 풀리면 미국 경제도 ‘흔들’
3월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 묶여 있는 화물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이렇듯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 및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질적 종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추진하며 이를 현실화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무기화를 초래하는 데 단초를 제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을 지나는 석유 의존도가 큰 나라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셀프 종전’ 선언만으로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통행료 징수로 ‘호르무즈 병목’이 계속되거나 유가에 반영되면 결국 유가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거래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오르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다른 거래선의 유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에 응하지 않는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로 가서 석유를 가져가라. 아니면 미국에서 사가라. 우리에게는 충분히 많다”고 했지만 이미 미국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18달러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던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갤런당 4달러’는 미국인들이 고물가를 피부로 느껴 소비 행태를 바꾸는 심리적 기준선으로 인식되는 가격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경제 대국인 미국도 이란 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모습인 셈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 유가 하락이 주유소에서의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까진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제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위기는 일시적이라며 미국인들을 안심시키려 하면서도, 고유가는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 내일 풀려도 공급망 정상화엔 수개월”
호르무즈 해협과 트럼프 대통령 일러스트레이션. 로이터 연합뉴스


해운 및 무역 전문가들은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내일 당장 개방된다 하더라도 전 세계 공급망에 미치는 차질은 선박들이 대거 통과할 수 있도록 허가된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해운 대기업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고 공습이 중단된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진짜 해운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라며 “수백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의 주요 항구에 기항하려 할 것이고, 많은 컨테이너가 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부분 봉쇄로 약 2000척의 선박이 해협에 묶여 있다. 이 중 약 400척이 인근 오만만에 정박해 있는데, 해운사들이 해협 재개방을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 원유·석유류 수송량. 서울신문DB


노르웨이 선주 협회의 관계자는 물류 시설이 최대 용량으로 가동되더라도 물류 적체를 해소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동 전역에서 에너지 및 교통 기반 시설이 공습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관련 업무가 더 어려워졌다고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적체된 물량 때문에 공급망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 또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공급망도 혼란에 빠졌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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