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개편 제안…李 “지자체에 직접 고발권 줘야”

한지은 기자
한지은 기자
수정 2026-03-31 17:13
입력 2026-03-31 17:13

공정위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 추진방안’
일정 규모 이상 국민·사업자 고발 가능
李 “고발요청권 한계…지방이 직접 고발”
법무장관 “남용우려”·산업장관 “중복우려”

국무회의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31. bjko@newsis.com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가 46년 만에 전면 폐지 기로에 섰다. 공정위는 31일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나 기업이 연서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 사건을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전속고발제는 무분별한 고발로 기업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한 장치였지만,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에 따른 ‘봐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개편안의 핵심은 고발 주체 확대다. 18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이 연서하거나 30개 이상의 사업자가 모이면 공정위 조사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담합으로 가격이 오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도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담합 문제를 거론하며 “밀가루나 설탕은 중소기업과 관계가 없고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데, 소비자가 비싼 빵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도 고발을 못 한다”며 제도 개편을 지시한 바 있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2026.03.31. bjko@newsis.com



또 다른 축은 ‘의무고발요청제’ 확대다. 이 제도는 다른 국가기관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것으로, 현재는 검찰·감사원·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 등 4개 기관에만 권한이 있다. 공정위는 이를 50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226개 기초 지방정부까지 확대해 사실상 모든 국가기관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고발요청권 확대가 아니라 지방정부에 직접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못하고 굳이 공정위를 거쳐야 한다면 공정위가 조사해보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혐의가 없다고 덮어 버릴 수도 있다”며 “약간 우회하는 것일 뿐 모든 고발은 공정위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이념이 관철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3.31/뉴스1


고발 남용과 기업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이나 사업자에게 고발권을 부여할 경우 상시적인 수사 리스크와 고발권 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 담합 등 중대한 위반 행위로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기관 간 중복 조사 가능성이 있고 중소·중견기업의 법률 대응 역량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과도한 형벌 규정을 선진국 표준에 가깝게 정비하는 경제 형벌 합리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관계부처와 국무위원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최종안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 한지은·서울 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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