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 “촉법소년 연령, 14세 미만으로 낮춰선 안 돼”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3-31 15:20
입력 2026-03-31 14:18

소피 킬라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 위원장 인터뷰
韓촉법소년 연령 하향…“‘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에 어긋나”
“연령 낮춘다고 공공 안전 강화된다는 주장, 동의 어려워”
“아동 범죄는 가족·국가의 실패…처벌에 초점 맞춰선 안 돼”
“보호 실패의 원인 찾아 시스템 개선하는 데 역량 집중해야”

소피 킬라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 위원장. 킬라제 위원장 제공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이 14세 미만으로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며 이재명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린 가운데, 국제 아동 인권을 총괄하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 수장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소피 킬라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를 통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역할이 각국 정부에 국제적 기준을 설명하고 권고를 제공하는 것임을 전제하면서도, 한국의 연령 하향 추진이 아동 권리 보호라는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뷰 요청 후 약 3주간의 숙고 끝에 전달된 그의 답변에는 한국의 입법 움직임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깊은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 현행 소년법은 만 14세 미만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범죄가 날로 늘어나고 수법도 갈수록 흉포해지자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상한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1%에 달했고, 반대는 13%, 유보는 6%에 그쳤다.



그러나 킬라제 위원장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아동의 범죄 가담을 막는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이 국제적 아동권리 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연령 하향이 공공의 안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만약 연령이 낮은 국가가 가장 안전하다면 연령을 낮추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실제 그러한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이 범죄에 연루됐을 때 이를 사회적 보호의 실패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보호에 실패한 사회가 아이들을 감옥에 보내 처벌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킬라제 위원장은 국내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론화에 대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일부 의견이 이를 지지하더라도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국제법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다음은 킬라제 위원장과의 서면 인터뷰 전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최소 14세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향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연령을 13세로 낮추려는 한국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지난 수년간 아동 권리 증진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포괄적인 법적 체계도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가 그러하듯 모든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소년 사법, 특히 형사 미성년자 연령과 관련해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 196개 당사국 모두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은 2019년 채택된 ‘아동 사법 체계에서의 아동 권리에 관한 일반 논평 제24호’(아동 사법에 관한 유엔 공식 권고문)에 명확히 담겨 있다.

아동 발달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 이미 많은 당사국이 이 기준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은 14세 미만으로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마약 범죄나 성폭력 같은 강력 범죄에 연루되는 아동의 연령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행히도 아동들이 취약성을 착취당한 결과로 중대한 범죄에 점점 더 많이 가담하게 되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경우 이는 알고리즘과 디지털 환경에 의해 촉진되고 증폭된다. 조직화된 집단에 의한 아동 모집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모든 지역에서 관찰된다.

핵심 질문은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인가’이다. 어떠한 개혁이든 예상되는 영향과 결과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아동의 범죄 가담을 예방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아동을 착취하는 성인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더 어린 아동들을 범죄에 끌어들일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공공 안전을 강화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이 70년 전과는 다르다는 한국 내 여론과 관련해 다른 선진국들이 14세 기준을 유지하는 과학적 또는 윤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아동 사법 체계에서의 아동 권리에 관한 일반 논평 제24호’가 밝히듯, 아동 발달 및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12~13세 아동의 경우 전두엽 피질이 여전히 발달 중이기 때문에 성숙도와 추상적 추론 능력도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연령대의 아동은 자신의 행동이 미칠 결과나 형사 절차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 시기 아동은 사춘기의 영향도 받는다. 사춘기는 급격한 뇌 발달이 이루어지는 인간 발달의 독특한 단계로, 위험 감수 행동, 의사 결정, 충동 조절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채택된 일반 논고 제24호는 이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초안 작성 과정에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와 실무 전문가들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됐다. 그 결과 권고 내용은 최선의 과학적 근거와 실질적 경험, 각국의 진화하는 관례를 토대로 도출됐다. 현재까지 위원회의 결론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많은 한국 시민들은 현재의 시스템이 14세 미만 아동에게 ‘범죄 면허증’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응보적 처벌이 실제로 청소년 재범률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국제적 통계나 증거가 있나.

나는 이 아이들을 피해자로 본다. 많은 경우 아이들은 성인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받거나 취약성을 착취당한다. 아동을 보호할 일차적 책임은 부모와 보호자에게 있으며, 이들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다.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보장할 책임은 국가로 넘어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범죄에 연루된 아동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피해자로 바라봐야 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처벌보다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 아동의 범죄 가담은 흔히 가족과 국가 시스템의 실패를 반영한다. 궁극적으로 아동은 보호받아야 하며, 우리의 대응은 그들의 복지와 재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형사 처벌을 넘어 소년범을 사회화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회복적 사법’의 성공적인 국제적 사례는 무엇이 있는가.

“각 국가는 고유한 맥락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결정은 국가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아동권리위원회는 교육, 심리사회적 지원을 포함한 예방 및 재활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권고안을 제시하되, 그 적용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본다.

최근 사례로는 2026년 1월 위원회의 몰디브 심의를 들 수 있다. 심의 과정에서 몰디브 대표단은 공공 안전을 확보하면서 어떻게 소년 범죄에 대응할 것인가라는, 한국의 상황과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위원회는 아동 권리 기준에 따라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5세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범죄 혐의를 받거나 기소됐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정된 15세 미만 아동을 위해 집중적이고 아동 친화적인 다학제적 심리사회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장려했다.

실제로 나는 독일과 스위스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목격했는데 처벌보다 재활과 보호에 집중하고 있으며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한국 내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결론으로 이어진다면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나.

“모든 정책의 결과가 자동으로 아동 최상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설령 일부 의견이 이를 지지하더라도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현재 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아동 인권 보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아동에게는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 나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14세 미만 아동에 의한 범죄를 예방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이 14세 미만인 국가들이 가장 안전해야 하겠지만, 실제 그러한지는 회의적이다.

아동이 범죄에 연루되는 것은 ‘보호의 실패’를 의미한다. 우리의 초점은 아이들을 감옥에 보내 처벌하는 데 맞춰져서는 안 된다. 가족과 국가, 사회가 아이를 보호하는 데 어디서 실패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그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킬라제 위원장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그리골 로바키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국제 인권법 전문가다. 202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합류하기 전에는 조지아 국회의원, 인권위원회 위원장, 아동권리이사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 유럽평의회 산하 인권감시기구인 ‘인종주의와 불관용에 대항하는 유럽위원회’(ECRI)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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