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 가운데서 ‘나무’를 말한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3-31 11:30
입력 2026-03-31 11:30
식목일 맞아 나무 관련 책들 잇따라 출간
픽사베이 제공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선생이 1964년 발표한 시 ‘나무’의 한 부분이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무를 통해 고독감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사색한다는 내용이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과 검은 아스팔트로 가득한 도시에 있다가 초록이 가득한 숲이나 나무들을 보게 되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요즘 나무와 숲은 더욱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러나 식목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달리 나무 심기 행사를 보기는 쉽지 않다.
식목일을 앞두고 나무와 관련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
가장 압도적인 책은 ‘고규홍의 나무’다. 1300쪽이나 돼 웬만한 벽돌책 저리가라 할 정도의 두께를 자랑한다. 그러나 두께에 압도될 필요는 없다. 자칭 나무 칼럼니스트이자 나무 인문학자인 고규홍 작가가 쓴 이 책은 4억년 전 나무의 출현을 중심으로 생명의 탄생과 인류와 나무의 관계를 집대성한 나무 백과사전, 그야말로 진짜 ‘나무위키’다.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이 책도 목차를 보고 눈길이 가는 부분을 필요할 때마다 읽으면 된다. 저자가 시종일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나무는 단순히 생물학적 가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숱하게 많은 사람살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이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이자 아시아 첫 세계에서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됐던 천리포수목원에서 일하는 나무의사 황금비 작가가 쓴 책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지내다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목원에 입사해 두 번의 사계절을 겪으며 느낀 점과 수목원 내 1만 7000 분류군의 식물 중 33종을 계절별로 소개한 가드닝 소개서다.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벚나무, 소나무, 무궁화 같은 식물도 있지만 산딸나무, 태산목, 야고, 큐슈곤약 등 알지만 이름을 모르는 것,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종들도 포함돼 있다.
앞선 책들이 인문학적 지식과 경험을 중심으로 나무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들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조경수목관리’는 나무 키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무서에 가깝다. 20년 넘는 현장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종합한 이 책은 조경과 나무 키우기는 단순히 감각이 아니라 과학과 수목의학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 손창호씨는 “머지않아 병충해 판독, 농약 처방, 관수량, 시비량 결정까지 인공지능(AI)이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식물을 대상이 아니라 생명으로 이해하고,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유용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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