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살린 故김창민 감독…“폭행당해 숨졌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

윤예림 기자
수정 2026-03-31 09:56
입력 2026-03-31 09:56

피의자 영장 기각…유족 “수사 부실” 분통

단편영화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한 김창민 영화감독은 지난해 11월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김창민 감독 SNS 캡처


단편영화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한 김창민 영화감독이 폭행당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31일 경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돈가스를 먹고 싶다는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과 함께 24시간 운영하는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식사 도중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과 소음 등 문제로 몸싸움이 일어났고, 주먹으로 가격당한 김 감독은 바닥에 쓰러졌다. 약 1시간 만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은 그는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숨졌다.

유가족은 “사건 발생 현장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었는데 이송이 1시간 지체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감독을 폭행한 남성 A씨를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경찰은 유가족의 요청과 검찰이 요구한 보완 수사를 통해 상해치사 혐의로 A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결국 지난주 이 사건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유가족 측은 “피의자가 여러 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1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나중에야 2명을 특정해 영장을 신청했는데 그것도 기각되는 등 수사가 부실하고 수개월째 지연됐다”고 주장하며,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났는데 아들을 죽인 범인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2013년 영화 ‘용의자’ 소품 담당을 시작으로 ‘대장 김창수’(2017), ‘마약왕’(2018), ‘마녀’(2018) 등에서 작화팀으로 일했다. 이후 2016년 ‘그 누구의 딸’, 2019년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으며, 지난해에도 ‘회신’을 내놓는 등 연출 활동을 이어 왔다.

유가족은 “고인이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기초를 쌓아 올려 사망 직전 비로소 인정받고 있었고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완성된 여러 시나리오도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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