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야외 데크의 전환…‘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공개

윤수경 기자
수정 2026-03-30 22:16
입력 2026-03-30 22:16
©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가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64)의 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리움미술관은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을 다음 달 3일부터 공개한다고 밝혔다. 리움이 개관 이래 처음 시도하는 커미션 정원 프로젝트다.
리움의 야외 데크는 지난 20여년 동안 알렉산더 칼더의 ‘거대한 주름’(2004~2005), 루이즈 부르주아의 ‘엄마’(2005~2012),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2012~2023) 등 세계적 작가의 대형 조각이 수직으로 놓였던 공간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오로즈코의 정원은 시선을 발밑과 수평으로 낮추며, ‘무엇이 놓이는 전시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이 걷고 머무르며 시간을 직접 경험하는 수평적 환경’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오로즈코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바닥 위에 빈 신발 상자 하나를 놓으며 국제 미술계에 등장했다. 여러 장소에서 발견한 사물에 최소한의 변형을 가해 그 안에 잠재된 질서를 드러내는 것이 그의 방법론이다. 크고 화려한 볼거리 대신 게임의 구조와 일상적 사용 가치를 도입함으로써, 수동적 감상을 능동적 참여로 전환하는 것이 그의 핵심 전략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가 10년간 전개해온 정원-조각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장(章)이다. 오로즈코는 앞서 2016년 사우스 런던 갤러리(SLG)에서 방치된 부지를 교차하는 원형 패턴의 영구 정원으로 변환했다. 이어 2019년부터 6년간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의 환경·문화 마스터플랜을 총괄하며 도시적 스케일의 공공 조각을 완성한 바 있다.
Ana Hop 제공
그는 이번 정원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 전통의 개념적 층위인 ‘세한삼우’(歲寒三友)를 더한다. 가장 혹독한 계절인 겨울에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정원을 지탱하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는 정원의 식물학적 골격이자 개념적 뼈대다. 화려함보다 지속성, 스펙터클보다 인내가 이 정원의 원리다. 세 명의 벗이라는 의미처럼 정원은 함께 머무는 공적 공간으로 설계됐다. 돌바닥의 원형 패턴을 따라 걷고, 대나무 숲 사이에서 잠시 쉬며, 계절마다 피고 지는 매화를 바라보는 것 등이 모두 정원이 만들어내는 조각적 경험이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정원의 구조는 오로즈코 작업을 관통하는 ‘원의 배열’ 모티프에 기반한다. 하나의 원에서 출발한 기하학적 패턴이 약 500평(1652㎡) 데크 전체로 확장되며, 크고 작은 원들이 연결돼 ‘플라자 1~10’이라는 열 개의 연속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각 플라자는 바닥, 패턴, 식재, 벤치의 조합이 달라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갖는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화려한 모뉴멘트가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 스펙터클이 아니라 인내가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조각의 핵심”이라며 “세한삼우가 매서운 겨울에도 푸른 생명을 지켜내듯, 이 정원은 가장 혹독한 계절에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예술의 시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은 무료로 개방된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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