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려동물 대피 지침 개정… ‘동실 피난’은 여전히 제한
일본 정부가 4월 반려동물 ‘동행 대피’ 지침을 손본다. 현장에서 반복된 입소 거부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다. 챗 GPT 생성 이미지
지진이 나면 우리는 무엇부터 챙길까요. 지갑, 휴대전화… 그리고 함께 사는 존재들입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건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난 상황에서는 이 ‘가족’의 자리가 여전히 애매한 것 같습니다.
일본 환경성이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동행 피난’ 지침을 개정해 4월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동행 피난 정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집에 남겨진 반려동물이 야생화되거나 굶어 죽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2013년 피난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동행 피난’을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혼선이 반복됐습니다. 대피소 입구에서 “반려동물은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 장면도 이어졌습니다. 갈등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는 반려동물과 비동반 이재민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냄새와 소음 문제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 재해 대책을 알리는 일본 환경성 포스터. 환경성 홈페이지 캡처
이에 환경성은 2018년 지침을 개정해 ‘사람과 반려동물의 분리’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노토반도 지진에서도 수용 거부가 다시 발생하면서 지침 재개정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동물 담당자와 피난소를 운영하는 방재 담당자 간 의사소통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 지침은 직원 간 협력 강화와 반려동물 체류 공간 확보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체계 구축을 지방자치단체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공간 문제도 일부 보완됩니다. 학교 시설 등을 활용해 대피소 내 반려동물 공간을 확보하고, 여름철 열사병과 겨울철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대책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반려동물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실 피난’도 처음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은 있습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동실 피난’은 이번에도 전면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냄새·소음 등 다른 피난민과의 갈등 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일본 정부는 자택 대피나 지인 집 이용 등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대피는 ‘보호자의 책임’이 기본이라는 원칙은 유지되는 셈입니다.
일본의 반려동물 수는 1500만 마리를 넘었습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이들을 어디에,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존재를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수 있을까요. 재난은 그 경계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와쿠와쿠’(わくわく)는 일본어 의성어로,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 들뜨고 기대되는 느낌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현장을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일본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