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여행 주의보…단순 경유객도 전자기기 비번 제공 거부하면 형사처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3-29 16:16
입력 2026-03-29 16:16

새 보안법 시행규칙…‘국가안보’ 이유로 비번 요구 가능
현지 거주 외국인은 물론 단순 경유객도 대상
‘안보 위협’ 자의적 적용 우려…거부 땐 최대 징역 1년
미 총영사관 ‘안보경보’ 발령…中당국 美총영사 초치

홍콩, 새 보안법(기본법 23조) 시행으로 경유객에게도 전자기기 비밀번호 요구 권한 부여.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123rf


홍콩 당국이 거주민은 물론 홍콩을 경유하는 방문객까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비밀번호를 요구할 권한을 경찰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보안법을 시행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자국민에 주의를 당부하자 중국 당국은 미 총영사관을 초치해 항의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국가안보수호조례(기본법 23조) 시행규칙을 지난 23일 관보에 게재한 뒤 관련 내용을 홍콩 주재 각국 외교기관에 통보했다.

기본법 23조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한 것을 계기로 반역·선동·국가전복 등 국가안보 위협 행위를 처벌한다는 명분으로 홍콩 입법회가 2024년 3월 통과시킨 법이다. 이른바 ‘홍콩판 국가보안법’이다.

홍콩 당국은 기본법 23조 시행규칙에 반체제 활동을 억제하는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손질했다.



시행규칙의 주요 내용을 보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허위 또는 오해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최대 3년의 징역형과 50만 홍콩달러(약 963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외부 정치 조직 또는 외국 스파이일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특정 단체에 대해 경찰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온라인 메시지를 전자 플랫폼에서 삭제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가 안보 위협이 의심되는 경우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물론 홍콩을 경유하는 외국인까지도 보유 중인 전자기기의 잠금장치 해제를 요구할 권한을 경찰에게 부여하며, 이를 거부하면 최대 1년의 징역형과 10만 홍콩달러(약 192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즉 홍콩을 잠시 들른 외국인이더라도 당국이 안보 위협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경우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을 잠금 해제 상태로 공개 또는 제출해야 하며, 이를 거부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단순한 여행객들까지도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검열받고 처벌까지 이어질 우려가 크다.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물론 방문객들의 불안과 불만이 제기됐고, 특히 미국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여행 또는 경유 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도나 사진 정보를 지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현지 거주 자국민에게 해당 시행규칙의 부당성을 알리는 한편 소위 ‘안보 경보’를 발령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자 지난 27일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인 주홍콩 특파원공서 추이젠춘 특파원은 미 총영사관의 ‘안보 경보’를 문제 삼으며 “미국인들이 개인 전자기기의 비밀번호와 암호 해독 권한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형사 범죄”라고 언급했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줄리 이더 홍콩 주재 미 총영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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