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세운 진실’ 두번째… 함병선 장군 공적비, 4・3평화공원에 이설 ‘반면교사’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3-29 13:37
입력 2026-03-29 13:25
“그를 기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상을 역사 심판대 위에 올려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한 것”
군경 공적비·충혼비도 이설
“박진경 추도비 옆 바로세운 진실 이어
4·3의 비극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두 번째 ‘바로 세운 진실’이었다.
제주도가 4·3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운다는 취지로, 역사 왜곡 논란 비석을 철거하는 대신 자리를 옮기고 그 옆에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을 나란히 세우는 방식으로 역사 바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 28일 제주4·3평화공원으로 함병선 장군 공적비와 군경 공적비·충혼비를 이설하고 제주4·3의 역사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을 설치했다. 지난해 12월 박진경 추도비 옆에 안내판을 세운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함병선 공적비는 1949년 6월 ‘제주도치안수습대책위원회 남제주군지회’ 명의로 세워져 제주시 오등동 특수전사령부 훈련장 안에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2003년 공식 확인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함병선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다.
제2연대장으로 부임한 뒤 1949년 1월 조천읍 북촌리에서 주민 약 400명이 희생된 집단 학살을 주도했고, 두 차례 군법회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재판 절차 없이 다수의 민간인을 처벌했다는 내용이다. 도는 이 같은 사실을 공적비 옆 안내판에 함께 명시했다.
제주지방기상청 부지에 방치돼 있던 군경 공적비와 충혼비도 함께 이전됐다. 1949년 8월 세워진 공적비는 제2연대 장병과 경찰, 대한청년단, 민보단의 활동을 기리는 내용이며, 이듬해 건립된 충혼비는 군경과 우익단체 희생자 860여 명을 추모하는 비석이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함병선 공적비를 평화공원으로 옮긴 것은 그를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상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면교사의 이정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임문철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정부 공식 보고서가 나온 지 23년이 지났지만 가해자의 책임을 충분히 묻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누가 가해자인지 역사 앞에 책임을 묻는 객관적 자료가 국내외에 알려질 수 있도록 진상 규명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4·3영령에 대한 묵념과 경과보고에 이어 김수열 시인이 남원읍 신흥리 몰라구장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 ‘죽은 병아리를 위하여’를 낭송했다.
오 지사는 “김수열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마을이 제 고향이며, 그해 겨울 조부와 증조부를 잃었다”며 “이는 제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4·3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려는 시도에 도민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고 진실을 알려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앞으로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 등 4·3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에 대해서도 자문단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안내판 설치나 이설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제주 사회에서는 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기록된 고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보훈부에 서훈 취소 검토를 지시했으며 국가유공자 등록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보훈부는 사실상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했고 법과 절차에 따라 다시 심의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9일 경찰이 과거 고문과 사건조작 등에 가담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받은 서훈에 대해 취소 조치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내용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남긴 글에서 “오늘 최악의 국가폭력 사건인 제주 4·3 참배를 (하러)간다”고 전하면서 “영문도 모른 채 이유 없이 죽창에 찔리고 카빈총에 맞고 생매장당해 죽은 원혼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는 지난해 박진경 추도비 옆에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근거한 역사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을 설치해 역사 왜곡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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