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한달, 고꾸라진 경제지표…“韓, 스태그플레이션 이미 진입”

한지은 기자
수정 2026-03-27 17:50
입력 2026-03-27 17:50
이란 전쟁 한 달, 韓 경제 ‘빨간 불’
고공행진 환율 1500원이 ‘뉴노멀’코스피, 이달만 사이드카 7번 발동
유가급등, 원자재·물가 상승 불러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한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코스피는 6000선에서 크게 밀려 5400선까지 내려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정한 15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우리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0% 내린 5438.87에 마감했다.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6244에서 한 달만인 지난 25일 5642로 9.6% 하락했다. 변동성도 커져 이달 들어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매수호가 효력 정지)만 7차례 발동됐다.
정부는 전날 2차 최고가격제 고시를 통해 도매가격을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리터당 1923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본격적인 소매가격 상승은 기존 재고 소진 여부와 개별 주유소 가격 전략에 따라 시차를 두고 주말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03.27. hwang@newsis.com
외환시장에서는 안전 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몰리면서 1500원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1440원에서 지난 23일 1517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원 오른 1508.9원에 마감했다.
에너지 충격은 실물 경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72.5달러에서 지난 25일 99.2달러로 41%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ℓ 80원, 104원 상승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가격 역시 지난달 말 대비 67% 뛰면서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이 원자재 공급 축소로 이어지며 물가 상승 압력도 팽창했다. 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 그 여파는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2022년 소비자물가는 5.1% 상승했고 2023년에도 3.6%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김진아 외교부 2차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2026.03.26. mangusta@newsis.com
전문가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경고
“새달 초 전쟁 끝나도 고유가 계속”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됐다”며 “4월 초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원유 감산에 따른 재시추 가능성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고유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저성장 국면에서 원자재 공급 감소에 따른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채 발행 없는 25조원 규모의 추경을 중심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대중교통 요금 할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담은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4월 중 추경을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추경이 유일한 상황”이라면서도 “추가적인 국채 발행까지 이어지는 재정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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