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무려 6번 언급한 ‘영웅’ 김윤지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3-27 17:46
입력 2026-03-27 17:42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따낸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6 연합뉴스


“벽을 깨트린 다음에 다음 벽을 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들이 자신의 세상을 깨부쉈으면 좋겠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인이었고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 좌절하거나 꺾이지 않았다. 첫 도전에서 메달을 5개나 따내며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06년생으로 이제 20살인 김윤지(BDH파라스)가 이룬 성취다.


김윤지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스포츠사를 통틀어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한 선수가 단일 대회 메달 5개를 따낸 것은 김윤지가 처음이다. 김윤지의 활약 덕에 한국은 역대 최다 메달(금2·은4·동1)로 최고 성적을 냈다.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 역시 김윤지의 몫이었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만난 김윤지는 “인터넷에서나 보던 기자회견을 제가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많은 분의 도움 덕에 패럴림픽을 무사히 마쳐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스마일리’라는 별명답게 김윤지는 틈틈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또박또박 답변을 이어갔다.

김윤지의 다섯 번째 메달을 축하한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자고 나면 메달 소식이 나오면서 김윤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도 자주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김윤지가 메달을 딸 때마다 게시물을 올렸고 다른 선수들의 활약을 언급한 내용까지 더해 김윤지의 이름이 등장한 게시물이 6개나 됐다.

이와 관련해 김윤지는 “첫 금메달을 따고 축전을 올려주셨는데 내가 거론되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장애인스포츠에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대통령 역시 김윤지의 다섯 번째 메달 소식을 전한 게시물에 “우리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선천적인 장애인으로 태어나 성취를 이룬 만큼 김윤지의 요청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윤지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배제되지 않고 통합체육(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동일한 환경에서 함께 체육 활동을 즐기며 동등한 구성원으로 상호작용하는 교육 방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많은 배려가 있었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평가 기준이 비장애인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보니 김윤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과제는 보고서를 내는 방식 등으로 대체해야 했다. 밝은 성격인 김윤지 역시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움츠러들고 먼저 포기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 떠올리며 “선생님들도 잘 모르고 첫 번째 장애학생일 수 있으니 서로 많이 배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비장애인 학생과 교사들이 장애인과 함께하는 경험을 쌓아야 장애인체육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윤지는 “체육을 접해보지 못한 친구 중에서도 체육을 잘하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도전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선수층이 견고해지면 장애인체육 성장에도 도움이 될 테니 많은 분이 참여하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따낸 5개 메달을 거머쥐며 미소 짓고 있다. 2026.3.26 연합뉴스


메달 5개 모두 쉽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금메달이었던 바이애슬론 12.5㎞ 좌식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김윤지는 “사격에서 순위가 많이 떨어졌는데 주행을 잘 유지하면서 힘들게 땄다”고 말했다. 값진 메달로는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딴 크로스컨트리 20㎞ 인터벌스타트 좌식을 꼽았다. 같은 종목 10㎞에서 은메달을 딴 김윤지는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었다.

이렇게 대단한 업적을 이룬 영웅이지만 일상을 이야기할 때는 영락없는 스무 살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김윤지는 “금메달을 따니까 친구들하고 있는 단톡방이 불탔다”면서 “전화도 오고 응원한다, 우리의 자랑이다, 축하한다고 해줬다. 현수막을 안 걸어주면 항의할 거라고 축하해주기도 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웃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은 뉴진스이고 아직 없는 운전면허를 따고 싶은 간절한 소망도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김윤지의 앞날은 더 많은 기록이 기다리고 있다. 김윤지는 “주변에서 10번도 나가라고 농담으로 얘기해주시는데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다”면서 “20년 후면 40대인데 40대 때는 후배들도 많이 생겼을 테니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이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종목인 노르딕스키에 많이 입문해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MVP 기자회견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따낸 5개 메달거머과 함께 손가락 5개를 편 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6.3.26 류재민 기자


먼 미래가 아닌 당장 4년 뒤 알프스 동계패럴림픽에서는 계주를 뛰는 게 목표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으로서는 많은 선수가 참여해야 출전이 가능하다. 김윤지는 “계주를 못 나가서 중계화면으로만 봤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고 부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물론 더 좋은 기량으로 올해 대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김윤지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게 제 바람”이라며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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