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회·술파티 의혹’ 180일 이상 수사에도 공전 중인 서울고검TF… 국정조사 겹치자 검찰 반발 [로:맨스]

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수정 2026-03-28 08:00
입력 2026-03-28 08:00

이달 초 김성태 녹취록 공개로 TF 수사 범위 확장
23년 5월 조사 중 술 반입 여부 등 진실공방 격화
국정조사에 검찰 고위직·당시 수사팀 등 증인 채택
대검 “내부 우려 인지… 적절 대응 방안 마련할 것”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뉴스1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진술 회유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고 180일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관련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증인으로 채택된 수사 검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첨예해진 진실 공방 속에서 고검 TF가 혼란을 정리하는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검 TF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당초 방침과 달리 여전히 공전 중이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전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TF가 끝날 시점을 확답하기 어렵다. 아직 수사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속칭 ‘연어 술파티 논란’과 관련한 진실 규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지난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진술 관련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수사 범위가 더욱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전 회장이 2023년 3월 구치소에 접견 온 지인에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돈을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진술을 회유한 정황’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에 TF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진술 회유 정황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한 혐의를 받는다.

외부 식사 반입 의혹에… 진실공방 이어져의혹의 출발점은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연어회와 술을 제공하며 진술 회유를 시도했다는 속칭 ‘연어 술파티 의혹’이었다. 앞서 법무부는 별도의 특별점검팀을 구성해 지난해 9월까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술과 음식 등이 제공된 정황을 포착하고 그 날짜를 2023년 5월 17일로 특정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의 사무실이었던 수원지검 1313호실 내 영상 녹화실에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 등이 연어회덮밥·연어초밥 등 외부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었다. 이전에도 김 전 회장이 검찰에서 조사받는 동안 쌍방울 직원이 커피, 물을 가져다주는 등의 혜택이 있었고, 현직 교도관이 이같은 조치가 부적절하다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사건 당일날 도시락 결제를 검찰이 했는지, 쌍방울 측이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교도관들로부터 술이 반입된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같은달 18일 서울고검에 TF가 꾸려졌다.

이와 관련 박 부부장검사 측은 “당시 결제는 검찰 예산으로 했고, 술 반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 검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특별점검팀 기록엔 이화영 진술과 접견 녹취록 등 결정적인 자료가 없다. 선택적 증거 수집인가, 고의 누락인가”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왼쪽)가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뉴시스


국정조사 앞두고 “재판·수사 중 사안” 반발 확산논란의 불씨는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데 이어 지난 25일 국조 특별위원회를 통해 증인 102명을 단독 채택했는데, 여기엔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사 40여명이 포함됐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 이응철 법무부 검찰국장, 성상헌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들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연어 술자리 파티 의혹을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수사팀에 근무했던 박 부부장검사 등도 출석 요구를 받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다.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 자체 TF에서도 조사 중인 사안을 국정조사하는 것이 부적절하단 취지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박 부부장검사는 “국정조사에 검사들이 출석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앞으로 어느 검사도 정치 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구 직무대행을 향해선 “이번 일에 대응할 특별조직을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들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명백한 위법인 국정조사를 통해 재판 중인 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조리돌리면서 인격을 훼손하고 사건의 본질을 뒤틀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하는 것은 재판 관여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검찰 내부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사들의 우려가 크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 건건이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면서 “검사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국회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할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맨스 - [로ː맨스] 법(law)과 사람(human)의 이야기(story) 법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입니다. 법원과 검찰청 곳곳에는 삶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복잡한 사건의 뒷이야기부터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법 해석까지, 법(law)과 사람들(human)의 이야기(story)를 서울신문 법조팀 기자들이 생생하게 전합니다.


서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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