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천조국 美, ‘3개의 전쟁’ 수렁…中이 곧 추월한다” 전망 나온 이유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3-27 09:05
입력 2026-03-27 09: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기존과 다른 대외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학계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전쟁과 관세 전쟁, 내부 문화 전쟁까지 동시에 떠안으며 스스로 쇠락을 재촉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홍콩대 리청 교수는 최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행사장에서 중국신문망과 한 인터뷰에서 “미중이 우발적 충돌로 위기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10년 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나 역시 믿는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미국에서 38년간 생활하며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존 손턴 중국센터 소장 등을 지낸 중국 문제 전문가다. 그는 3년 전 홍콩으로 돌아와 홍콩대 산하 당대중국및세계연구센터 설립 주임 등을 맡고 있다.
리 교수는 미국의 최근 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에는 지난 수십 년간 장기 전략을 설계할 전략가가 사라진 듯하며, 현재 정책 결정은 미국의 쇠락에 대한 불안과 공포 같은 비이성적 감정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미국이 지금 세 개의 전쟁에 동시에 발이 묶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전쟁,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 미국 내부의 문화 전쟁이 그것이다. 그는 이 세 전쟁을 모두 미국의 ‘자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이 종전 과정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는 고립된 상태에 놓여 있으며, 결국 전쟁 결과의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말했다.
또 미국이 그동안 이란과 러시아 같은 적대국을 ‘전제주의 진영’으로 묶어 대립 구도를 강화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충돌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전쟁 역시 미국의 상대적 쇠락과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미국 정부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명문대 간 갈등으로 상징되는 내부 문화 전쟁도 미국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리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거치며 미국과 유럽의 입장 차이도 더욱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구도에 심각한 변화가 생겼다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교수는 보아오포럼 기간 별도 발언에서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10년간 지속됐듯 미국의 현재 어려움도 10년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군사적·경제적 중력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이런 인식은 리 교수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최근 다수 중국 학자들이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고, 중국 관영 성향 매체들은 이를 인용해 미국이 이른바 ‘패권 쇠락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해석을 부각하고 있다.
중국 학계에서는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산업 공동화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막대한 정부 부채 등 구조적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이 무리한 급진 정책을 펼치기보다 현재의 성장 흐름만 유지해도, 미국이 국내 정치 양극화와 관세 전쟁 속에서 스스로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홍콩중문대 선전캠퍼스 공공정책학원 정융녠 원장도 보아오포럼 기간 펑파이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양국이 여섯 차례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 것은 결국 “실력에 기반한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는 이미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권윤희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