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지원용 무기→이란 전쟁으로 돌리는 방안 검토”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3-26 23:40
입력 2026-03-26 23: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예정이던 무기를 이란전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의 핵심 탄약·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봄철 대공세에 나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이 같은 전용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검토 대상에는 나토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주문한 방공 요격미사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PURL은 미국이 직접 지원을 줄인 뒤에도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핵심 통로로 기능해 왔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지금도 방공자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WP는 패트리엇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방공무기가 전장에서 가장 수요가 큰 자산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전 수행 과정에서 방공·정밀타격 자산을 대거 소모하고 있고, 방산 생산능력은 이런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외교가에서도 PURL 계약 물량이 제때 납품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했던 방공 전력 일부를 중동 쪽으로 재배치해 왔다. AP는 미국이 유럽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일부를 중동으로 돌리면서 유럽 방공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도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일부와 사드 구성요소 일부가 중동 지원을 위해 이동했으며,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이런 재배치를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주일미군 전력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을 거점으로 한 USS 트리폴리와 제31해병원정대(31st MEU)는 이미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USS 복서와 추가 해병 전력까지 중동에 투입하며 전반적인 군사 무게중심을 이란전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까지 중동으로 돌릴 경우, 가장 큰 반사이익은 러시아가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습을 막아낼 방공 요격수단이 더 절실해질 수밖에 없고,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본토 방공, 중동 불안정이라는 세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 동맹국들에 더 큰 부담 분담을 압박해 온 점까지 감안하면, 무기 공급 문제 역시 동맹 압박의 지렛대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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