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던 할아버지, ‘이 종목’ 장투한 주식부자였다…“돈 좀 쓰시지” 탄식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수정 2026-03-28 09:43
입력 2026-03-28 05:57

폐지 줍고 노숙하던 대만 퇴역 군인
타이베이 시장 선거 낙선해 ‘화제’
사망 뒤 ‘TSMC 주식’ 유산으로 남겨

2014년 대만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78세 나이에 출마했다 낙선한 자오옌칭. 당시 폐지를 줍고 공원에서 노숙하며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그의 생활이 화제가 됐다. 자료 : 유튜브 ‘Guess Who’·미러 미디어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해왔던 대만의 한 노인이 사망한 뒤 그가 장기간의 주식 투자로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가족이 없는 이 노인의 유산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한편, 돈을 쌓아놓기만 하고 누리지 않다 세상을 떠나는 ‘자린고비’의 삶에 대한 갑론을박도 펼쳐지고 있다.

대만 EBC뉴스 등에 따르면 2014년 78세의 나이에 무소속으로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해 유명세를 얻었던 자오옌칭이 지난달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중국 산둥성 출신인 자오 씨는 10대 때 대만으로 건너가 육군으로 복무했다. 이어 퇴역한 뒤 엔지니어와 공장 근로자,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그는 2014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해 저소득층을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그가 폐지를 줍고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공원 벤치에서 노숙을 하는 등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조명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선거 보증금 200만 대만달러(9300만원)를 내고 출마했으나 낙마한 것은 물론, 득표율이 10%에 미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차피 나라에 낼 돈”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4년 대만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78세 나이에 출마했다 낙선한 자오옌칭. 당시 후보자 정견 발표회에서 돌연 고향인 중국 산둥성의 민요를 불러 수화 통역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료 : 산리뉴스


무료 급식 먹으면서 선거 보증금 1억원 납부
TSMC 주식 사모으기만…노후 빈곤 겪어
그는 7년 전 치매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생활해오다 지난달 말 별세했다. 그런데 그의 사망 뒤 관계 기관이 그의 유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TSMC 등 다수의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TSMC는 전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물론 대만의 안보까지 지킨다는 점에서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최근 시가총액은 1조 6946억 달러(2500조원)으로 엔비디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은 세계 6위다.

그의 구체적인 자산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할 때 냈던 선거 보증금 200만 대만달러도 주식 투자로 마련한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을 주식으로 굴린 것으로 추정된다. 선거에 출마했던 2014년부터 최근까지 TSMC의 주가는 약 1000% 가까이 상승했다.

그가 상당한 규모의 금융자산을 보유했던 탓에 매달 70만원가량 받을 수 있었던 빈곤 퇴역군인 연금도 수급 자격이 되지 않아 받지 못했다. 그는 연금 혜택도 축적해 둔 금융자산도 누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직계 가족이 없는 탓에 아직까지 상속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유산은 퇴역군인 관련 재단이 인수해 관리하다 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대만 신주 과학단지에 위차한 TSMC 본사. EPA 연합뉴스


그의 사망을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부’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대만 언론들은 전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평생 힘들게 살면서 재산을 쓰지도 못하고 죽으면 부가 무슨 소용이 있나”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반면 “지금의 노년층은 미래에 대한 불안 탓에 저축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도 있는 등, 그의 사망을 둘러싼 논쟁은 부와 재테크에 대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대만 싼리신문은 분석했다.

MZ “나를 위한 소비” vs 고령층 “일단 저축”이처럼 저축과 소비를 둘러싼 세대간 인식차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 지난해 6월 공개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2014년에서 2024년까지 10년 동안 3.3%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이목을 끄는 것은 모든 세대에 걸쳐 유일하게 30대 이하에서 소득이 줄었음에도,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세대는 60대(-6.9%p)였다는 점이다.

소비 구조 또한 세대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30대 이하에서는 10년 사이 오락·문화와 음식·숙박(각각 3.1%p) 등 여행과 미식, 문화 관련 소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60대와 70대에서는 보건 관련 소비지출이 각각 3.1%p, 4.9%p 증가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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