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재 키우려면…“경제적 보상 넘어설 ‘사명감’ 키우는 교육 필요”[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3-26 17:01
입력 2026-03-26 17:00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지도,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지도 않는다. 국가에서는 과학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학생들이 과학자의 길을 선뜻 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에서는 학생들을 과학의 길로 이끌기 위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과학인재의 시작-육성이 아닌 유인의 문제이다’를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교육 현장과 연구계, 산업계, 정부 관계자들은 학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교육 환경 조성은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란 경기 화성 능동고 교장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외부의 ‘육성’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과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유인’을 꼽았다. 강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연구의 즐거움이나 전 지구적인 가치보다 과학자가 되면 내 미래가 불확실한 거 아닌가 우려한다”면서 “경제적 보상을 우선 가치로 두다 보니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취업과 직결된 첨단학과는 선호하지만, 순수 과학을 다루는 학과는 외면받는다”고 짚었다.
강 교장은 이런 인식을 넘어 학생들이 과학을 직업으로 선택하도록 하려면 지식 습득을 넘어 문제 해결로 전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막연한 동경을 직업적 열망으로 바꾸는 연계 교육 등도 강조했다. 예컨대 과학자의 일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고교와 대학연구소·기업 현장과의 연결을 들었다. 이와 함께 “과학적 역량이 인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가치 있는 도구임을 깨닫게 해 경제적 보상을 넘어서는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지영 부경대 과학컴퓨팅학과 교수는 호기심을 지속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중요한 요인으로 들었다. 뇌과학을 전공하는 그는 “중학교 때 접한 프랜시스 크릭의 저서 ‘놀라운 가설’을 읽고 과학자가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큰 발견을 하고 ‘유레카!’를 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과학자로서 매일이 즐겁다”고 전했다. 이어 이날 플로어에 있는 학생들을 향해 “기초과학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자연과 사회의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지식의 축적이 결국 미래 기술과 사회 문제 해결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기업 에루디오바이오코리아의 윤성희 대표도 비슷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세계적 회사인 삼성반도체와 아마존, 가우스랩스 등을 거치면서 과학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치를 창출하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과학적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결합될 때 지속 ‘가능하고 임팩트 있는’ 과학자가 탄생한다”고 밝혔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뒤따랐다. 겐트대 글로벌 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지민 학생은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도록 교육과정 제도 측면에서 교육부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송근현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이와 관련 의대 대신 항공우주공학을 택한 자신의 고교 동창 사례를 들고, “그 친구가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오도록 교육 정책으로 지원하는 게 교육부에서 일하는 네 몫’이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송 대학정책관은 “과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면서 “과거 여러분 선배들이 겪었던 것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구자로 일하는 제 친구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장래에 일정 시점이 지나 ‘내 후배에게도 의대 아니고 과학 연구의 길을 자랑스레 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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