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란대사 “한국, 비적대국이지만 호르무즈해협 통과하려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3-26 13:51
입력 2026-03-26 13:51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3.26. 뉴시스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이란이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해협 통과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주한국 이란 대사가 한국은 비적대적 국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스라엘과 무관한 선박에 한해 통과가 가능하다고 조건을 걸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은 비적대 국가에 들어간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제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 점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언급하며 동맹국 참여를 요구했던 ‘호르무즈 호위 연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 (한국) 선박에 있는 선원분들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조속히 서로 합의해서 한국 선박들이 차례대로 나갈 수 있도록 협력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국과 전쟁 중인 미국·이스라엘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돼야 통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정부·군과 조정이 있어야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고, 사전에 그런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이 최근 조현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한국 선박 명단과 각 선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하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3.26. 뉴시스


쿠제치 대사는 “우리는 전쟁 중이고, 호르무즈 해협도 전쟁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 두 나라가 이익을 얻는 어떠한 것도 이란의 제재를 당할 것. 이들 기업을 제재하는 건 이란의 방어권”이라며 미국과 거래하는 한국 선박의 통행은 제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도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회견에서 미국과의 협상 상황에 관해 “이란과 미국 사이에 아무런 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다”며 “이란은 미국 측 발언을 믿을 수 없고, 미국 측에서 시간을 벌어 다시 공습을 준비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의 핵 활동은 평화적인 핵 활동”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이란의 핵 활동 포기를 요구한다고 하는데,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사관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벌인 대이란 공격의 실상을 조명하겠다며 사진전과 다큐멘터리 상영 행사를 개최했다. 국제 사회 고립을 벗어나고 제3국과 미국의 거리를 띄우려는 여론전으로 해석된다.

이란 사태 관련 사진 걸린 주한 이란 대사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 이란 사태 관련 사진이 붙어 있다. 2026.03.26. 뉴시스


이란 측은 ‘피로 물든 천사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초등학교 공습으로 사망한 어린이들과 오열하는 가족들의 영상 등을 보여줬다.

또한 대사관 내부 벽면에는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 관련 소셜미디어(SNS) 콘텐츠와 기사 등을 게시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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