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한지 두루마리에 쓴 한국인 논문, 英 애쉬몰린 박물관에 전시

박승기 기자
수정 2026-03-26 13:30
입력 2026-03-26 13:22
옥스퍼드 애쉬몰린 박물관 이진준 교수 논문 구매
단순 읽는 것을 넘어 움직이며 느끼는 방식 ‘설계’
10m에 달하는 한지 두루마리 형태의 한국인 논문이 서양 지성사의 심장으로 평가받는 박물관에 전시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26일 문화기술대학원 이진준 교수의 박사 논문 ‘빈 정원–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의 리미노이드 여행’이 영국 옥스퍼드 애쉬몰린 박물관에 영구 소장·전시된다고 밝혔다.
1683년 개관한 애쉬몰린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대학 박물관으로 루브르박물관보다 110년, 대영박물관보다 76년 앞선 서양 지성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거장의 작품을 소장한 박물관이 생존 작가의 박사 논문을 구매해 영구 컬렉션에 포함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교수의 논문은 문인이 마음속에 그리던 ‘의원’ (마음속에서 상상으로 가꾸는 정원) 개념을 현대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이자 연구다. 데이터 가드닝이라는 개념도 설명한다. 빠른 데이터 처리가 아닌 정원을 가꾸듯 천천히 다루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다.
특히 한지 두루마리 형태로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움직이며 느끼고 사유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논문은 2020년 옥스퍼드대 순수미술 철학박사 학위 심사에서 만장일치 ‘수정 없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인공지능(AI) 이후 시대에 예술과 인문학의 역할을 묻는 한국의 연구가 국제 공공지식의 장에서 지속해 해석될 수 있게 됐다고 카이스트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AI 시대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각과 경험은 약화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넘어 인간이 몸으로 경험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 체계를 제안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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