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은 여성이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혼수”…논란인 버스 광고 정체

하승연 기자
수정 2026-03-25 17:47
입력 2026-03-25 17:47
결혼식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중국의 한 시내버스에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을 강요하는 광고가 등장해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광고가 공공재인 시내버스에 부착됐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광고 심의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소후닷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사천성 러산시 징옌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외벽에 여성을 비하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내용의 광고가 부착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버스에는 “순결은 여성이 준비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혼수”, “순결은 가장 고귀한 예물”이라는 문구가 대형 글자로 인쇄돼 있었다.

또한 광고 하단에는 “낙태는 조상의 혈통을 끊는 행위이며, 불임의 원인이자 만사가 순조롭지 못한 근원” 등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해당 버스의 모습은 현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지금이 21세기가 맞느냐”, “여성을 물건처럼 취급하며 성적 순결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징옌현 교통운수국은 긴급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해당 광고는 현지의 한 분유 제조 업체가 상업적 목적으로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업체의 독단적인 행위로, 사전에 업종 관할 부서에 보고되거나 심의를 거치지 않은 무단 게시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용이 극히 부적절하고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버스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광고를 즉시 제거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징옌현 측은 향후 버스 광고 대행업체와 운수 회사를 대상으로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엄중히 문책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기업의 일탈을 넘어, 중국 사회 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적 인식과 이를 제대로 필터링하지 못한 공적 시스템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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