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손실 막을 열쇠 찾았다…근육 키워주는 장내 유익균 발견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3-26 06:00
입력 2026-03-26 06:00
인간의 장에서 발견되는 특정 미생물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에 따르면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연구진과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소화기 학술지 ‘장’(Gu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특정 장내 세균이 근력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청년층(18~25세) 90명과 노인층(65세 이상) 33명의 대변 샘플을 분석하고 악력, 레그 프레스, 최대 산소 섭취량 등 신체 능력을 측정해 특정 장내 세균과 근력이 서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내는지 분석했다.
모든 참가자는 일주일에 3일 미만, 20분 미만의 운동을 하는 등 비교적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고, 지난 3개월간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비흡연자였다.
대변 샘플에는 매우 다양한 미생물이 포함돼 있었는데, 그중에서 근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기존에 알려졌던 로즈부리아속(屬) 박테리아가 근육량 및 근력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일부 로즈부리아 종은 상관관계가 없었지만 몇몇 종은 일부 근력 검사에서 다양한 연관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로즈부리아 인테스티날리스는 젊은 성인의 다리 및 상체 근력과 분명한 연관성이 있었다.
특히 연구진의 관심을 끈 것은 로즈부리아 이눌리니보란스(R. 이눌리니보란스)였다. 이 미생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우 악력과 다리 들어올리기, 벤치프레스 등 여러 지표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연구에 따르면 대변에서 이 미생물이 발견된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비슷한 연령대의 참가자보다 악력이 약 30%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미생물은 젊은 성인에게도 유효했다. 청년층도 R. 이눌리니보란스가 풍부할수록 악력과 심폐 지구력이 우수했다.
연구진은 인간에게서 관찰된 연관성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별도의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항생제를 이용해 실험쥐의 장내 세균총을 제거한 뒤 8주에 걸쳐 매주 사람의 장에서 추출한 박테리아를 쥐에게 주입해 장내 세균총을 새롭게 구성했다.
쥐에게서도 R. 이눌리니보란스가 앞다리 악력의 “놀라운 증가”를 유도했으며 해당 근육 기능 지표를 대조군보다 약 30% 향상시켰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특히 이 미생물을 투여받은 쥐는 종아리 뒤쪽에 위치한 중요한 근육인 가자미근에서 속근(순발력을 내는 근육)이 더 많이 발달하고 근섬유 크기가 커진 것(근섬유 비대)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균이 근육 내 아미노산 대사를 변화시키고, 에너지대사 경로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근육의 질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균은 기존 근육섬유를 속근섬유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문제는 R. 이눌리니보란스가 노화와 함께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이 균의 체내 점유율은 청년기 최대 6.6%에 달했으나 노년기에는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이것이 노년기 근력 저하와 근감소증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속근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노년기에 겪기 쉬운 낙상(넘어짐에 따른 부상)을 예방해 준다. 속근은 지구력을 유지해주는 지근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장내 미생물을 통해 속근 감소를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이자 내분비학자인 보르하 마르티네스 텔레즈는 “이 미생물이 노화 과정에서 근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운동생리학자이자 공동저자인 조나탄 루이스는 “기존에 알려진 장-뇌 축과 비슷하게 ‘장-근육 축’도 존재한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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