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첫 변론부터 재판소원 대비해야”… 로펌도 재판소원 대응 본격화

김희리 기자
수정 2026-03-24 17:49
입력 2026-03-24 17:49
법무법인 바른 제공
“1심 첫 변론기일부터 재판소원을 대비해야 합니다.”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재판소원제가 시행된지 약 2주 만에 접수 건수가 118건을 넘어서면서 로펌업계에서도 실무 대응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이 2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빌딩에서 개최한 ‘전면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내용 및 절차에 대한 실무적 안내’ 세미나에서는 기업 관계자 등 참석자 40여명의 열띤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첫 발제를 맡은 박성호 변호사는 “우리보다 앞서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 중인 독일, 스페인, 대만의 재판소원 사전심사 인용율은 0.3~1.0%에 불과하다”면서 “사실상 사전심사 단계에서 사건의 실체적 요건에 대한 검토가 상당 부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각하 사유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를 따지는 과정에서 이미 재판의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질 수밖에 없단 취지다.
처음 도입되는 제도다 보니 질문도 쏟아졌다. 한 중견기업의 대표는 “현행 재판 절차상 항소장을 우선 제출하고 항소이유서를 별도로 제출하는데, 재판소원도 30일 이내에 청구서를 제출하면 상세한 청구이유서는 그 이후에 제출해도 유효한것인가”라고 물었다. 또다른 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소송 상대방이 재판소원 사전심사 기간 동안 확정 판결에 대한 집행 효력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가”를 물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보충성 원칙’을 고려해 1심 단계에서부터 이미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의 경우 ‘소송상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청구할 수 있다’는 ‘보충성 원칙’을 확대 적용해 소송 중에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지 않다가 뒤늦게 재판소원을 청구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재판소원 청구 폭증으로 인한 업무부담 가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같은 법리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일광 변호사는 “1심 첫 변론기일부터 재판소원 청구의 논리를 쌓아야 한다”면서 “향후 헌재 재판소원에서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항소이유서와 상고이유서에도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외에 ‘헌법 위반’(기본권 침해) 주장을 별도 사유로 적극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헌재 지정재판부가 평의를 열어 재판소원 사건에 대한 사전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심사 각하를 결정할 기준의 가늠자가 돼줄 첫 사전심사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는 헌법소원으로 분류되는 재판소원 사건에 대해 청구 요건을 따진 뒤 각하 또는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각하 결정은 지정재판부 재판관 3명의 의견이 모두 일치해야 내려진다.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재판소원을 청구하거나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청구기간(법원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지난 사건, 재판소원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 등이 각하 대상이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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