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항생제 내성 키운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3-24 14:30
입력 2026-03-24 14:30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엄청난 폭설, 폭우와 함께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땅의 모습이다. 물 부족과 가뭄은 기후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현상이다. 가뭄이 단순히 농작물 생장을 방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각종 기상 재해가 속출한다. 특히 건조한 날씨 때문에 발생하는 가뭄은 항생제 내성을 키우는 요소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생물 및 생명공학부, 공학 및 응용과학부, 지질 및 행성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가뭄으로 인해 토양 내 천연 항생제 농도를 높이는 한편 항생제 내성균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 3월 24일 자에 실렸다.

토양은 천연 항생 물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많은 토양 미생물은 이런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내성 메커니즘을 진화적으로 갖추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잦아지고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가뭄이 토양 내 항생제 생산 미생물과 내성 미생물의 균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토양 내 균형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확실하다.

연구팀은 건조화가 토양 내 항생제 동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전산 분석과 실험실 실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수집된 116개국을 대상으로 한 메타게놈 데이터세트 5개를 취합했다. 데이터세트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농경지와 초지, 스위스 발레의 산림, 중국 난창의 습지 토양을 포함한다. 연구팀은 토양 건조도에 따라 항생제 생산 유전자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매년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건조한 계절에 볼 수 있는 것처럼 토양이 건조하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제공


그 결과, 가뭄 조건에서는 데이터세트 5개 모두 항생제 생산 유전자의 풍부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베타락탐계와 매크롤라이드계 항생제 관련 유전자도 늘어났다. 토양 시료를 사용한 실험실 실험에서는 가뭄 조건에서 토양 내 천연 항생제 농도가 더 높아지고 일부 항생제 감수성 세균 균주의 상대적 적합도가 99% 줄었다. 베타락탐계에는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등이 포함되고 매크롤라이드계는 에리스로마이신, 아지스로마이신 등으로 두 항생제 계열은 현재 임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군이다.

그러나 그람음성균 계열을 포함한 항생제 내성균도 줄지 않았다. 그람음성균은 두 겹의 세포막을 갖고 있어 항생제가 세포 내부로 침투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그람음성균 계열 내성균이 줄어들지 않으면 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된다. 또 116개국 병원의 항생제 내성 데이터를 해당 지역의 연간 강수량, 평균 기온과 비교한 결과 건조도가 높을수록 임상 분리 균주에서 항생제 내성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다이앤 뉴먼 캘텍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들은 항생제 오남용, 수질 오염 문제에 집중했지만 이번 연구는 자연 상태의 토양 건조화라는 기후 요인이 내성균 증가와 연결될 수 있음을 실험과 임상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는 기후변화가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경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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