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어로 라벨 떼고 ‘박스갈이’”…엔비디아 AI칩 中 밀반출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3-23 13:43
입력 2026-03-23 13:14
미국 수사당국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으로 빼돌린 일당을 기소하면서 수법까지 드러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민감한 시점에서 발생해 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미국 법무부는 서버 제조업체 수퍼마이크로 공동 창업자 월리 랴오(71) 등 3명을 수출통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고성능 서버를 동남아시아 회사를 거쳐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소 25억 달러(약 3조 7000억원) 규모 서버를 생산해 이 가운데 5억 1000만 달러(약 7600억원) 상당을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밀반출 수법도 조직적이었다. 동남아시아 회사를 최종 사용자로 위장해 수출한 뒤, 포장 박스를 바꾸는 이른바 ‘박스갈이’ 방식으로 중국으로 우회 반출했다. CCTV에는 헤어드라이어로 제품 라벨을 떼어내 다른 서버에 붙이는 장면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공개되자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21일 뉴욕 증시에서 수퍼마이크로 주가는 33% 넘게 급락했고, 엔비디아도 3% 이상 하락했다. 인텔과 브로드컴, TSMC 등 주요 반도체주 역시 동반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도 이번 사태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퍼마이크로는 엔비디아 매출의 약 9%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사다.
특히 월리 랴오는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GTC 2026 현장에서 젠슨 황과 찰스 량 수퍼마이크로 CEO가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본 직후, 밀반출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불법 반출된 서버에 대해 어떠한 서비스나 지원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밀반출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2022년부터 시행한 대중 AI 반도체 수출 제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밀반출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가 수출 규제를 중동 등 제3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발생해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수출 제한이 오히려 밀반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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