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이후]세종대로가 한눈에 담기는 거대 구조물 만들자

손원천 기자
수정 2026-03-22 10:58
입력 2026-03-22 10:53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21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열렸다. 수만 명의 팬이 현장을 찾았고, 수천만 명이 넷플릭스 생중계로 이 순간을 함께했다. 그런데 공연의 진짜 승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세종대로와 ‘서울신문’ 한글 간판이었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앵글, 장소성이 먼저였다
넷플릭스가 공연을 생중계하면서 가장 공들인 것은 단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세종대로 전경을 카메라와 드론, 타워 크레인 카메라로 담아냈다. 공연 인트로 장면에서는 경복궁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무대를 소개했고, 아웃트로 장면에서는 ‘서울신문’ 한글 간판을 단독 앵글로 길게 비추며 엔딩 크레딧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연출 선택이 아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이 공연이 어디서 열리고 있는가’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명확히 각인시키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한국, 서울,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집약된 장소인 경복궁과 광화문이 있는 세종대로를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이 공연은 단순한 케이팝 이벤트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사건’으로 격상됐다.
모든 앵글의 기본은 장소성이 드러난 전경(全景)이다. 사진도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이날 넷플릭스 앵글은 이 원칙에 충실했다. 본 공연 중 약 20회, 앙코르 장면에서 3회가 한글 간판이 들어간 앵글이었다. 바로 옆 영문 ‘KOREANA HOTEL’은 문자로 세계인에게 장소를 고지했다. 해당 화면의 평균 노출 시간을 3초(짧은 건 1초, 긴 건 6초, 엔딩 크레딧 장면은 10초 이상)로 잡아도 본 공연에서만 1분, 앙코르까지 합치면 1분 20초의 시간 동안 세종대로의 풍경이 전 세계 시청자의 눈에 들어온 셈이다. 한글 입간판이 포함되지 않은 장면까지 포함하면 이 시간은 몇 곱절 더 늘어난다.
●한글 간판은 ‘의문의 1승’이 아닌 당연한 존재감
그 장면들 속에서 유독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세종대로 한복판,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의 한글 간판이었다. 한글 고유의 조형미를 갖춘 ‘서울신문’이라는 네 글자가 카메라 앵글 안에 자연스럽게, 그러나 선명하게 담겼다. 옆 건물인 코리아나 호텔의 영문 ‘KOREANA’와 함께 최고의 전경 앵글이었다.
넷플릭스 연출진이 장소성의 핵심 개념으로 삼은 건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대로 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국임’을 완전히 드러낼 수 없다. 한국을 상징하는 독자적 문자, 한글이 함께 보여야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 서울신문 사옥의 한글 간판은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것은 서울신문의 ‘의문의 1승’이 아니다. 120여 년 한글 저널리즘의 역사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다.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는 1904년 7월 18일, 배설(Ernest Thomas Bethell)과 양기탁이 한글 2면·영문 4면의 총 6면 합본 신문으로 창간했다. 한글과 가로쓰기에 천착해온 이 신문의 정체성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계인의 시선 앞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가로쓰기를 가장 먼저 실천한 건 1985년 서울신문이 창간한 스포츠서울이다. 당시 서울신문이 ‘세로쓰기’를 당연시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은 결과였다.
●세종대로를 한눈에 볼 수 없다는 역설
이번 공연은 역설적으로 서울의 중요한 관광 인프라 부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복궁·광화문·세종대로·덕수궁·서울시청으로 이어지는 이 장엄한 도시 축(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공공 전망 공간이 서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세종대로 일대 건물 옥상은 출입이 통제된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전체 풍경을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조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영상 속 장면들이 그토록 강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그런 앵글을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종대로 ‘메가 스트럭처’를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세종대로의 장관을 시민 누구나, 세계에서 온 관광객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메가스트럭처(거대 구조물)’를 조성하는 것이다.
세종시 이응다리처럼 보행 가능한 입체 구조물을 서울광장 상부에 놓아, 세종대로 전체를 조망하는 공공 전망대 겸 보행교를 만드는 방식을 상상해볼 수 있다. 다만 덕수궁의 역사적 위엄과 도심 경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부산 영도다리처럼 일정 시간에만 올라가는 방식의 접이식 혹은 낮은 부양식 구조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유리와 철재로 이뤄진 투명한 구조물은 낮에는 서울의 역사 축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망대가 되고, 밤에는 주변 건물들의 야경을 담아내는 빛의 공간이 될 것이다. 세종대로는 세계인에게 보여줄 것이 아직도 많다.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은, 전 세계인에게 ‘서울의 심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증명했다. 이제 그 아름다움을 일상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린 방식으로 보여줄 차례다.
손원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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