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광화문광장 뒤덮은 ‘보랏빛’ 파도, BTS 등장에 ‘일렁’

반영윤 기자
수정 2026-03-21 21:35
입력 2026-03-21 18:00
‘아미’(BTS 공식 팬덤)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아미밤(BTS 공식 응원봉)을 들고 BTS의 컴백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이지 수습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공연에 거대한 K팝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어스름이 깔린 광화문 일대는 아미밤(BTS 공식 응원봉)이 뒤덮은 보라색 불빛으로 일렁였다. 찬 기운이 내려 앉았지만, ‘아미’(BTS 공식 팬덤)들의 기대감은 외려 불타올랐다. 4년 만의 완전체 무대를 현장에서 지켜본 이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현장의 열기는 미국 뉴욕 등 세계 곳곳으로 번지며 시차를 뛰어넘은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BTS 등장에 광화문 일대는 ‘들썩’오후 8시. BTS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환호하며 제자리에서 몸을 들썩였다. 조명을 켠 휴대전화와 보랏빛 아미밤이 일제히 흔들리며 어둠에 잠긴 광장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였다. 아미들은 “BTS! BTS!”를 외치며 완전체로 돌아온 이들을 뜨겁게 맞이했다.


BTS가 정규 5집 ‘ARIRANG’의 타이틀곡 ‘스윔’(Swim)을 선보이자 관객들은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에 맞춰, 현장은 하나의 합창으로 이어졌다. 팬들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멤버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

광화문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무대가 중계되자 환호는 더 커졌다. 화면 속 다시 모인 7명의 모습을 확인한 관람객들은 감격한 표정으로 휴대전화 셔터를 연신 눌렀다. BTS가 안전한 공연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하자, 아미들은 박수로 응답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해가 넘어가고 찬바람이 군중 사이를 휘돌아도 아미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BTS의 컴백을 맞이했다. 광장 가장자리를 따라 은은하게 빛나는 보랏빛 조명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군중 속에서 공연을 보던 류호재(62)씨는 “전 세계인이 이 순간을 함께 기다리고 있다”며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지도 모를 역사적인 장면을 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화문 새벽을 깨운 아미들의 열기이 같은 열기는 새벽부터 이어졌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2도까지 떨어진 이날, 쌀쌀한 날씨에도 칼리(31·칠레 산티아고)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새벽 3시부터 지켰다. 경북대 유학생인 그는 BTS를 좋아해 한국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뒤 한국어 공부를 이어왔다고 한다. 칼리는 “칠레의 겨울처럼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BTS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기 덕분에 춥지 않다”고 말했다.

입김이 나고 콧물이 흐를 만큼 추운 날씨에도 팬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서로 국적은 달라도 ‘방탄’이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트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칼리와 같은 도시 출신인 스칼렛(28) 역시 보조배터리 3개를 챙기는 등 하루 종일 머물 준비를 마쳤다.

라인댄스 강사 정지아씨를 비롯한 동호회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지 수습기자


라인댄스 강사 정지아(51)씨는 광장에서 BTS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그는 이날을 위해 2주 전부터 안무를 연습해 왔다. 정씨는 “BTS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추위도 이겨낼 수 있다”며 “라인댄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체감하러 나왔다”고 웃었다. 정씨를 포함한 6명의 회원은 추위에도 외투를 벗고 오색 한삼을 걸친 채 공연을 기다렸다.

일대는 일찌감치 ‘보랏빛’ 물결보라색 후드티를 입거나 머리끈, 가방, 풍선 등 저마다 보라색 소품 하나쯤은 몸에 두른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슬림인 나지아(36·브루나이)는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를 보라색으로 맞춰 입고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귀를 덮고 얼굴만 드러내는 아바야는 대개 무채색이 많지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기념해 특별히 보라색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나지아는 “국적과 종교, 문화는 모두 다르지만 BTS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아미’(BTS 공식 팬덤)가 모두 같다”고 말했다.

브루나이에서 온 무슬림인 나지아가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를 보라색으로 맞춰 입고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그의 손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강조한 서울신문 BTS 특별판이 들려 있다. 박다운 수습기자


연보라색 한복 치마를 입은 김주하(15)양은 보라색 나비 모양 비녀를 꽂고 보라색 아미밤(BTS 공식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김양은 이날 오전 7시 전철을 타고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고 했다. 김양은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크고 작은 고민으로 힘들 때 BTS 음악이 큰 위로가 됐다”며 “불안했던 시간을 지탱해 준 BTS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간지들이 BTS 광화문 공연을 기념해 배포한 특별판도 아미들 사이에서 ‘굿즈’로 자리 잡았다. 서울신문 BTS 특별판 표지에는 2022년 10월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장면이 담겼다. 보랏빛 무대 조명이 강조된 표지는 BTS의 상징색을 부각해, 관련 굿즈를 수집하는 아미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야스코(62)는 특별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며 “보라색 굿즈가 하나 더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인 다카나 아유미(왼쪽)와 니시노 마나미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서울신문 BTS 특별판을 들고 기쁘게 웃고 있다. 표지엔 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이 강조된 공연 장면이 담겨 이른바 ‘굿즈’를 모으려는 팬들 사이 인기였다. 박다운 수습기자


광화문 일대 건물에도 BTS와 아미를 환영하는 보라색 현수막이 일찌감치 내걸렸다. 중구 프레스센터에는 “BTS♥ARMY 광화문에서 하나 되다. BTS의 컴백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지구 반대편서도 아미 열기 ‘후끈’미국 뉴욕에 사는 김혜정(39)씨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를 집에서 실시간 시청했다. 주말 이른 아침, 아직 잠도 덜 깬 시간에 자녀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아이들과 함께 먹을 간식도 준비했지만 긴장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텍사스에 살아서 새벽 6시에 라이브를 볼 예정”, “하와이는 새벽 1시지만 잠 안 자고 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시차를 감수하면서도 복귀 무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전 세계 ‘아미’(BTS 공식 팬덤)의 기대감이 온라인 곳곳에서 확인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여는 21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아미’(BTS 팬덤)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주말 저녁 광화문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공연을 즐겼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정모(43)씨는 “마음만은 이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가 있다”면서도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해 시간과 체력이 부담돼 집에서 봤다”고 말했다. 그는 딸과 아내, 동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실시간 공연을 시청했다.

대형 스크린을 갖춘 일부 식당들도 손님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김윤설(52)씨는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를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했다”고 했다. 가로 3m·세로 2m 규모의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갖춘 김씨의 매장에서는 관객들이 현장 못지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안전한 축제’ 책임지는 소방·경찰아미를 비롯해 최대 26만명이 광화문 일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질서·청결을 담당하는 이들의 움직임도 이날 새벽부터 분주했다. 인이어와 스태프 목걸이를 착용한 행사 관계자들은 무대 설치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냈고,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약 1만 5000명이 현장에 투입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통제하며 소지품을 검사했다. 문형 금속탐지기(MD)를 통해 위험 요소도 점검했다. 요리사가 식칼을 소지한 채 통행하다가 검문에 걸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엔 배낭에 과도를 넣은 채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려던 일행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흉기나 폭발 위험 물품을 소지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며 “안전한 공연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장을 통과하려면 이 같은 31개 게이트 중 하나를 거쳐야 했다.

광화문 월대 맞은편부터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까지 남북 약 1.2㎞, 동서 200m 구간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됐다. 경찰은 게이트 안팎으로 보행 흐름이 정체되지 않도록 통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파를 관리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광장을 빠져나갔다. 외부에 있는 시민부터 공연장을 나와 인파가 서로 뒤엉킨 상황을 피했다. 김모(65)씨는 “질서정연하게 다치는 인원 없이 나가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아미들은 스스로 만든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보이며 공연 끝을 아름답게 매듭지었다.

BTS는 넷플릭스에서 생중계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을 통해 타이틀곡 스윔 등 신곡 무대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거리와 시차를 넘어 전 세계 아미들이 실시간으로 이들의 복귀를 지켜봤다.

반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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