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사랑해”, 갑자기?…‘호르무즈 파견’ 질문에 한 대답이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3-21 09:17
입력 2026-03-21 09:17
‘韓 지원 여전히 원하냐’는 질문에
“한미관계 훌륭…우리는 韓돕고있다”
“韓中日등 필요한 나라들 관여해야”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3.20.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대이란 군사작전의 ‘점차적 축소’를 언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의 주요 이용국들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우리는 그곳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해협을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많은 나라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니, 그들이 좀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관여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은 그곳을 이용하는 다른 국가들이 필요에 따라 경비(guard)하고 감시(police)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는 이들 국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노력을 돕겠지만, 이란의 위협이 근절되고 나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에겐 쉬운 군사 작전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통제책임을 미국이 아닌 이용국들이 맡아야 하며 미국은 필요시 지원에 그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한국 많이 돕고 있다”…美안보우산 우회 거론하며 압박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에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명확한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도움은 필요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으면서도 관련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는 원유 의존도가 낮은 만큼,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유조선 호위 등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한국을 향한 메시지는 더 직접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길 원하는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돕고 있다”고 답했다.
얼핏 우호적 수사로 보이지만, 실은 한국이 미국의 안보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더 가시적인 기여를 해주길 기대한다는 뜻을 에둘러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앞서 제기한 군사적 협력 요구를 다시 상기시키며 한국의 응답을 촉구한 성격이 강하다.
특히 ‘도와주고 있다’는 언급은 주한미군 주둔 및 전략자산 전개 규모 등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국도 ‘호르무즈 봉쇄 이란 규탄’ 7개국 성명에 동참한국 입장에서 중동 해상안보 기여는 한미동맹 차원의 요구와 직결될 수 있는 동시에, 대이란 관계와 국내 여론, 군사적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칠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정면 수용도, 완전한 거리두기도 아닌 절충적 대응을 택했다.
외교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캐나다 등 7개국이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상 공동성명’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외교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라는 기본 입장, 국제사회의 동향,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이 한국의 에너지 수급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파병 수용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으며, 국방부는 “미국의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전한 바 있다.
공동성명 참여를 통해 일단 보조는 맞추면서도, 실제 해상작전 지원이나 군사적 역할 확대는 별도의 정치·안보 판단 영역으로 남겨둔 셈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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