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두통 호소하다 뇌사”…생후 60일 딸 아빠, 5명에 ‘새 삶’ 주고 떠나

이보희 기자
수정 2026-03-13 11:19
입력 2026-03-13 11:19

박성배씨, 동아대병원서 뇌사 장기기증

기증자 박성배씨가 생전 딸과 함께한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수면 중 두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40대 남성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월 30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박성배(41)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돼 떠났다고 밝혔다.


박씨는 1월 19일 수면 중 두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료진의 적극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가 됐다. 이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기증자가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의료진에게서 들은 가족들은 의논을 진행했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대신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자는 뜻을 모아 기증에 동의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커서 아빠를 기억했을 때 숭고한 나눔을 실천한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에게 아빠는 다른 생명 살린 사람”
“내가 당신 몫까지 잘 키울게”…아내 눈물
유족에 따르면 부산시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씨는 밝고 자상한 성격으로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과는 다르게 마음이 여리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체육과를 졸업 후 조선소에서 일을 했고 주말이면 축구 동호회 및 다양한 운동을 즐겨 했다. 60여일이 된 딸과 아내를 위해서 회사에서 돌아오면 아이를 돌봐주고 잠들 때까지 안아주던 자상한 아빠였다.

박씨의 아내 임현정씨는 고인을 향해 “우리는 걱정하지 마. 우리 설하, 내가 오빠 몫까지 사랑 많이 주면서 잘 키울게.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나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만 해줘. 많이 보고 싶어. 그리고 많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먼저 세상 가장 소중한 가족을 두고 떠나신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생명나눔이라는 아름다운 씨앗을 전한 그 뜻이 많은 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가수 유열(가운데)이 3월 9일 생명나눔 공동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이삼열(왼쪽)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김영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기증지원과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편 2024년 기준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 1000여명으로, 10년 만에 2배 증가했다. 그러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연간 400명대로 정체되고 있어, 장기 공여자와 이식 대기자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4년 뇌사 장기기증자로부터 폐를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한 가수 유열은 최근 ‘생명나눔 공동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2017년 폐섬유증 진단을 받고 7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폐를 기증받아 회복한 그는 “장기기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눔 중에 가장 숭고한 나눔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후 장기기증에 대해 “몰라서 못 하는 분들도 많은데, 떠나면서 나눌 수 있는 가장 귀한 나눔이니까 많이들 서약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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