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엔 가성비, 미군엔 악몽… 중대 변수 된 ‘호르무즈 기뢰’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수정 2026-03-12 00:06
입력 2026-03-12 00:06

이라크전 이어 해협 봉쇄 수단 우려
이란 기뢰 5000개 이상 보유한 듯
‘유조선 호위 작전’ 실효성엔 의문

이란 “개전 후 민간인 1300여명 사망”
모즈타바, 개전 첫날 부상 뒤 은신

연기 가득한 테헤란의 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 11일째인 1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아자디 타워(자유의 탑) 인근 공습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앞서 ‘가장 격렬한 공격’을 예고했던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날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 타격을 가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국제 유가와 직결된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서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중부사령부는 10일(현지시간) 해협 인근에서 미군이 이란 기뢰 부설함 16척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군이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뢰는 이란이 ‘원유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가장 싸고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된다. 미 CNBC는 기뢰가 이란에 미 해군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 해협을 사실상 봉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인 1988년 이란은 세계 원유 운송을 방해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에 기뢰를 설치해 미 호위함을 피격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은 냉전 이후 미 해군 최대 해전인 ‘프레잉 맨티스 작전’에 돌입해 이란 해군에 보복했다. 당시 미군은 소해(바다에 부설한 기뢰 등 위험물을 치워 없애는 일) 작업에만 3~4주를 소요했다. 현재 이란의 정확한 기뢰 보유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 국방정보국(DIA)은 2019년 기준 이란이 5000개 이상의 해군용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전쟁의 주요 전선으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가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으로선 이라크전의 악몽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앞서 조기 종전을 시사하며 유가 불안감을 잠재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기뢰 부설 징후에 “지체 없이 제거하라”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호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작전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란은 소형 고속정만으로도 미 해군함과 민간 상선을 기습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가장 좁은 지점이 약 39㎞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항로가 훨씬 좁은 데다 해협 북부에 있는 이란이 대규모 해군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등 지리적 이점을 지닌다고 짚었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글을 내리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신화 연합뉴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은신 중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개전 첫날 다리를 다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측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모즈타바가 통신이 제한된 최고 수준의 보안 시설에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이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습이 시작된 후 130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약 1만곳의 민간 시설이 파괴됐다.

최영권 기자
2026-03-12 3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