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에 대미투자법 ‘가시밭길’… “늦어지면 협상력 약화” 경제계 호소문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3-03 16:15
입력 2026-03-03 12:13
중동악재·‘사법3법’ 野 장외투쟁… 경제6단체 ‘대미투자법 입법 촉구 긴급 호소문’
이란 공습 중동발 리스크 유가 급등브렌트유 한때 80달러 돌파 13%↑
국내 물가 상승·대미 투자 기업 부담 가중
6단체 “9일 처리로 통상 리스크 최소화”
통상당국 “미 관세정책 복합 구조 변화”
공급망·교역국·美 산업 연계 등 전략적 대응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 상승 등 중동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을 규탄하기 위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 6단체는 긴급 호소문을 내고 “대미투자법 처리가 늦어질수록 대미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통상당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복합·다층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략적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국민의힘은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 3법 규탄대회를 연 뒤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행진에 그치지 않고 전국 순회 집회 등을 개최하며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9일을 처리 시한으로 잡았던 대미투자특위의 대미투자법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가뜩이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통상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이란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 상승과 기업 부담이 커지게 되면 대미 투자 확대에 대한 기업의 재정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감행 이후 지난 2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82.4달러로 13% 급등하며 1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고, 뉴욕상품거래소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71.2달러로 6.3% 증가했다. WTI는 장중 75.3달러로 12% 오르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란 공습 여파의 불똥이 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드론 요격 등으로 각각 정유 시설과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TTF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 종가는 1㎿h당 44.5유로로 전 거래일 대비 40% 급등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에서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경제 6단체 “입법 지연 시 수출 지장, 실현 이익 감소”이에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대미투자법 입법 촉구 경제계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여야에 신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경제 6단체는 “우리 기업들이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미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국회가 대미투자법 처리를 위한 특위 활동 기한(이달 9일) 내에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은 대체법 등을 활용해 기존 관세 정책 방향은 유지하면서도 추가로 특정 국가·품목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관세를 부과할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산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미투자법 처리가 늦어질수록 대미 협상력은 약화하고, 한미 경제 협력의 실익은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며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한미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압박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통상교섭본부장, 대미 통상 전문가 간담회 개최
여한구 “관세, 단기 대응 넘어 구조 변화 염두”통상당국은 가시밭길인 대미투자법 처리와 향후 대미 관세 대응을 위해 대미 통상 현안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전략 마련에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관세 정책이 복합적 구조로 전환되는 양상”이라며 “단기적 대응 조치를 넘어 구조적 변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IEEPA 판결 이후에도 무역법 122조, 301조를 비롯해 기존 232조 품목 관세 유지 등 복합적·다층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별 관세 조치의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주요 교역 상대국의 대응 전략, 미국 산업 정책 기조와의 연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 본부장은 “정부는 미국 통상 정책 변화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분석과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중장기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우리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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