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 지방 시대에서 과학기술은 어떤 역할 해야 할까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3-03 11:00
입력 2026-03-03 11:00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5특 3극 체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5특 3극 시대의 과학기술은 어떤 위치에 자리해야 할까.

서울신문DB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수도권 1극 체제를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5대 초광역권으로 설정하고, 제주, 전북, 강원 3개 특별자치도를 맞춤형으로 육성하겠다는 ‘5극 3특’ 정책에 대해 지방거점 국립대와 사립대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학(STS) 측면에서 과학기술과 지역 발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과학기술 교양 학술지 ‘과학기술과 사회’ 9호에서는 ‘지역, 과학기술, 그리고 과학기술학’이라는 주제로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신지은 서울대 학부대학 교수는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고 갈등이 발생하며 새로운 실천이 생성되는 구체적인 장면은 언제나 지역에서 펼쳐진다”며 “과학기술과 지역성이 결합할 때 그 지역을 포함하는 국가 혹은 국제적 차원의 담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은 과학기술이 단순히 적용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적 상상과 정치적 선택이 교차하며 사회 기술적 질서가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김효민 UNIST(울산과학기술원) 인문학부 교수는 ‘지역을 재조합하기’라는 글에서 인류학자이자 과학기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가 제시한 ‘폴리틱스-5’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과 부산 해수 담수화 시설을 사례로 지역에 들어서는 인프라와 지역 소멸 문제를 바라봤다.



폴리틱스-5는 과학기술학 측면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5가지 방식을 말한다. 김 교수는 공항이나 KTX 역, 또는 국책 사업 또는 기피 시설 유치 대가로 일정한 지원을 약속받더라도 지역이 서울처럼 번영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지역 사회에서 형성된 인프라에 대한 기대는 열망이 아니라 오래 지속된 결핍에서 나온 상대적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장기간 지속된 실망과 좌절,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은 저항이나 연대를, 때로는 다시 한번 오래된 인프라의 재가동과 재개발을 선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 단순한 인프라 도입은 소멸을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김기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환경 기술 재난으로서 힌남노와 포항 냉천’이라는 논문에서 2022년 가을에 발생한 태풍 힌남노와 그로 인한 포항 남부를 흐르는 냉천 범람이라는 구체적 재난 사례를 통해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은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고 환경 기술과 인프라, 개발 정책이 축적된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힌남노 자체도 엄청난 기후 재난이었지만,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기술적으로 변화했고 개조된 냉천은 취약성을 더욱 확대했다”며 “이렇듯 자연에 대한 인공적 개입이 아홉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포항제철소를 135일 동안 멈추게 하는 최악의 사회환경 재난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과 사회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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