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얼굴 이게 뭐냐” 조롱, 이완용엔 “포스”…위인 모독 영상 처벌 어려운 이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2-27 14:48
입력 2026-02-27 14:48
백범 김구 선생을 조롱하고 친일파 이완용을 찬양하는 게시물이 발견됐다. 서경덕 교수 제공


3·1절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공분을 산 가운데 백범 김구 선생을 조롱하고 친일파 이완용을 찬양하는 게시물도 발견됐다.

순국 위인을 노골적이고 저열하게 조롱하는 영상이 판을 쳐도 정작 현행법으로는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낡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구 선생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소셜미디어(SNS) 틱톡에서 발견됐다.

한 누리꾼이 서 교수에게 제보한 게시물은 김구 사진에 ‘얼굴은 이게 뭐냐? 사람은 맞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반대로 대표적인 친일 인사 이완용의 사진에는 ‘와, 포스 봐라. 바지에 지릴 뻔’이라며 찬양하는 문구가 있었다.



앞서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틱톡 사용자는 지난 22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유관순 열사 영상 3개를 연속으로 올렸다.

처음 올린 영상에선 유관순 열사가 방귀를 뀌고 시원하다고 말하고, 두 번째 영상에서 열사가 일장기를 향해 애정을 표하자 일장기에서 입이 나타나 ‘나 너 싫어’라고 말한다. 마지막 영상에서는 상반신은 열사, 하반신은 로켓인 기계장치가 ‘유관순 방귀 로켓’이라고 외치며 우주로 날아간다.

영상들은 오픈AI의 영상 생성 AI ‘소라’(Sora)로 제작됐다. 소라가 열사의 생전 모습으로 참고한 건 3·1운동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됐을 때 찍힌 수의 차림 사진이다. 일제 고문으로 퉁퉁 부은 얼굴이 AI로 복원돼 희화화된 상황이다. 독립을 기원하며 3·1 운동에 참여했다가 고문 끝에 17세 나이로 옥사한 열사를 악의적으로 조롱했다.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온라인 상에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중국과일본과북한환영’ 캡처


이 이용자는 이러한 조롱 영상으로 2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끌어모았다. 심지어 사안이 공론화된 뒤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고 26일에만 영상 5개를 연달아 올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을 인지했으나 아직 내사(입건 전 조사)에는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사는 정식 수사 전 실제 수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하는 단계다.

일단 이 이용자는 플랫폼 측의 삭제 조치가 이뤄지자 활동을 멈춘 상태다.

이러한 악의적인 영상에 국민적 공분이 크지만 경찰이 섣불리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 ‘법적 한계’가 있다고 연합뉴스는 지적했다.

고인 모독 사건에서 가장 거론되는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죄다. 그러나 이 법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영상은 참과 거짓, 또는 사실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의미 없는 원색적인 조롱이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욕설 등의 내용이라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온라인 상에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중국과일본과북한환영’ 캡처


모욕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모욕죄가 보호하는 대상은 ‘생존하는 인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플랫폼 측과 소통하는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재빨리 대응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방미통위가 “보도로 사안을 인지하고 영상의 유통 현황을 파악 중이며 위원회가 구성되면 법규·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결국 틱톡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4월 사자 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되긴 했으나, 생성형 AI의 부작용과 결부된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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