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새만금에 9조 투자해 로봇·AI·에너지 거점으로…지역균형발전 ‘피지컬 AI 기업’ 도약

하종훈 기자
수정 2026-02-27 12:39
입력 2026-02-27 12:28
데이터센터 5.8조, 태양광 1.3조, 수전해 플랜트 1조 투입
경제 효과 16조, 고용 창출 7.1만명 예상…지역 균형발전
李대통령 “인재 몰려들고 호남 경제지도 바꿀 것…전폭 지원”
군산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지역 112만 4000㎡(약 34만 평) 부지에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로봇, 인공지능(AI), 수소 에너지,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 등을 아우르는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한다. 로봇과 AI 산업 혁신 및 수소 생태계 대전환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 등으로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미래형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李대통령 “정부 믿고 대결단 해준 현대차그룹에 감사”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국가와 국민이 함께 키워낸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대대적 투자를 시작한다”며 “호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내외 인재들이 새만금과 전북·호남으로 모여들고 지역 청년들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서 이곳에서 꿈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부를 믿고 어쩌면 상당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대결단을 해준 현대차그룹에 다시 감사드린다”며 “기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와 행정 지원의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 대통령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등이 참석했다.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내년 5조 8000억원 AI 데이터센터 착공…피지컬 AI 실행 국면약 34만 평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혁신거점은 내년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시설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수전해 플랜트도 같은 해 첫 삽을 떠 2029년 1차 준공 후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로봇 제조 클러스터는 2028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번 투자는 피지컬 AI 비전을 실행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다.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관련 인프라 구축과 사업화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양축 체제를 갖추게 됐다.중장기적으로 현대차가 피지컬 AI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5조 8000억 원을 투입해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급 연산 능력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새만금에 건립한다. 이곳은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실주행·제조 데이터를 학습·검증하는 ‘두뇌’ 역할을 맡는다.그룹은 지난해 엔비디아와 계약을 맺고 최신 블랙웰 GPU 5만장을 도입하기로 했다.
연내 미국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 구축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양산이 시작되면 실주행·공정 데이터가 급증할 전망이다. SK·삼성 등도 AI 데이터센터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연산 능력이 곧 산업 경쟁력이 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뿐 아니라 3~5년 주기의 칩 교체가 필요한 장기전이라는 점에서 지속 투자가 불가피하다.
1조 3000억원 투입 태양광 발전 추진…전력 신속 확보문제는 전력이다. 엔비디아로부터 도입할 700W급 GPU 5만 장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약 35㎿의 전력을 소모한다.여기에 서버 주변장치와 냉각 설비 등을 포함하면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수요는 1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소 도시 하나의 기저전력 부하에 맞먹는 규모다. 새만금에는 2.8GW 규모의 태양광 단지가 조성 중으로, 대규모 전력을 비교적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해 1조 3000억 원을 투입해 GW급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2021년부터 새만금 육상태양광 1구역 운영에 참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발전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생산된 전력은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에 공급돼 대규모 연산·에너지 집약형 설비의 운영 기반을 뒷받침한다.
AI 수소 시티,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수소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1조원을 투입해 200㎿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를 새만금에 건설한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트램·버스·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 총 1G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구축해 수소 생산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4000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AI 수소 시티’에서는 인근 플랜트에서 생산한 수소를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순환 체계도 도입한다.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업계에서는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이 승용 부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상용차·물류·발전 등 대규모 에너지 수요 분야에서는 수소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산업 육성도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4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를 새만금에 조성한다. 이곳에는 로봇 완성품 생산라인과 함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능을 갖춘 공장이 들어선다. 제조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로봇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를 비롯해 엑스블 숄더, 달이 딜리버리 등 주요 로봇 제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다만 CES 2026에서 화제를 모았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생산된다. 새만금 클러스터는 국내 로보틱스 기술을 본격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첫 거점이 된다.자동차 제조에서 축적한 대량 생산 노하우를 로봇 산업에 이식해,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군산 연합뉴스
경제 효과 16조…정부, 전북도 등 전폭 지원새만금에 대한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5년간 125조 2000억 원의 국내 투자 계획의 일부를 구체화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번 투자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한국은행 등 산업 연관표 기준 약 16조원에 이르며, 직간접 7만 1000명 수준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는 현대차그룹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국토교통부는 로봇·수소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새만금 지역의 산단·정주 및 광역교통 여건을 개선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지원과 피지컬 AI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 및 확산을 지원한다. 산업통상부는 로봇 산업 육성 및 진흥을 위한 정책을 지원하기로 했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청정 수소 육성을 위한 정책을 지원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마련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법령·조례에 의한 인허가와 보조금 지급을 지원하고 새만금개발청은 행정절차 및 제도 개선 지원을 비롯해 새만금지역 신재생 에너지 연계 지원 등에 나선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새만금에서 시작되는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 중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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