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2명 중 1명, 분만 병원까지 1시간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2-26 17:29
입력 2026-02-26 17:29

의료혁신위, 성인 2021명 대상 설문
필수의료 접근성, 수도권과 격차 뚜렷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구급차가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거창군 산부인과에는 마취 전문의가 없어 분만을 하려면 1시간 이상 떨어진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출산해야 합니다.” (경남 거창군 거주 김모 씨)

“진도군에는 24개월 아이를 진료할 병원이 없어 해열제 하나로 밤을 버틴 뒤 날이 밝자마자 목포까지 1시간을 달려 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전남 진도군 거주 이모 씨)


의료취약지 주민들이 체감하는 ‘1시간의 거리’다. 실제로 의료취약지 거주자의 절반 이상은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까지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수술과 응급·소아 진료 등 대부분의 필수 의료 영역에서 수도권과의 격차가 뚜렷했다.

정부는 2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의료혁신위원회를 열고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논의 의제를 공개했다. 의료혁신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민간위원 27명과 정부위원 3명 등 총 30명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가 지난 2월 4~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 및 인식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포인트)에 따르면 의료 접근성 전반에서 지역 간 격차가 확인됐다.



중증수술 병원까지 ‘1시간 이상’
의료취약지 49%·비수도권 미취약지 25.3%
의료취약지 거주자의 53.2%는 분만 기관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비수도권 의료 미취약지(30.8%), 수도권 의료 미취약지(28.0%)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산전 진찰을 1시간 이내 받을 수 있다는 응답은 의료취약지 67.0%로, 미취약지 평균(87.6%)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근거리에 산전 진찰 의료기관이 없어 다른 지역을 방문했다는 응답도 의료취약지 33.0%로, 수도권 미취약지(15.5%)의 두 배를 웃돌았다.

중증 수술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응답은 의료취약지 49.0%로 나타났다. 수도권 미취약지(29.9%), 비수도권 미취약지(25.3%)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도 격차가 이어졌다. 응급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으나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의료취약지 19.4%로, 수도권 미취약지(15.9%)보다 높았다. 응급 의료기관이 충분하다고 인식한 비율은 취약지 31.6%에 그친 반면 수도권은 65.5%에 달했다.

소아 진료 공백은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3년간 소아 진료가 필요했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의료취약지 40.5%로 집계됐다. 수도권(26.6%)보다 14%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1시간 이내 소아 진료 기관이 없다는 응답도 의료취약지 13.5%로, 수도권 미취약지(2.1%)의 6배 이상이었다.

경증·만성질환 치료에서도 취약지는 불리했다. 해당 진료를 위해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는 응답은 의료취약지 6.1%로, 비수도권 미취약지(4.7%), 수도권 미취약지(4.4%)보다 높았다.

지역 병원 ‘충분’ 18.9%…취약지 체감 낮아지역 내 의료기관이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비율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중증질환 부문에서 ‘충분하다’는 응답은 의료취약지 18.9%에 불과한 반면 수도권 미취약지는 59.8%였다. 임신·출산 부문도 취약지 24.8%, 수도권 62.5%로 격차가 컸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역 종합병원 간 의료서비스 질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87%대를 기록했고 시급하다는 응답도 40%대를 넘었다.

의료혁신위원회는 이날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초고령사회 대비 보건의료 체계 구축 ▲미래환경 대비 지속가능성 제고 등 3개 분야 10개 논의 의제를 확정했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분야에는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미래 보건의료 인력 양성,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3월 중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격주로 운영하며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기현 위원장은 “의제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선정된 만큼 체감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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