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80㎝ 커져도 “부족해요”…여성들이 ‘키’에 목숨 건 이유

윤예림 기자
수정 2026-03-01 05:57
입력 2026-03-01 05:57

K팝 공연 ‘필수템’ 된 스탠딩화

스탠딩화 자료 사진. 엑스(X) 캡처


“키 160㎝인데 스탠딩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죠?”

“스탠딩화 추천해주세요. 키 작아서 굽 20㎝ 신발 신고 싶어요.”


K팝 아이돌 콘서트 현장이 때아닌 ‘키 높이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스탠딩화’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엑스(X) 등에 따르면 콘서트 공연장 스탠딩 구역에서 굽이 높은 스탠딩화를 신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스탠딩화를 신지 않으면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후기가 퍼지면서 경쟁적으로 굽 높은 신발을 신는 관객이 늘어난 것이다.

스탠딩 구역은 별도의 좌석 없이 관객들이 밀집해 서서 관람하는 구조다. 앞사람의 신장이나 움직임에 따라 시야가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관객들은 궁여지책으로 7~15㎝, 많게는 20㎝에 이르는 통굽 운동화나 구두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통굽 신발 아래에 플라스틱 통을 덧댄 기괴한 형태의 신발 사진이 공유되며 “공연장에 키다리 피에로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공연 날짜에 맞춰 스탠딩화를 유료로 빌려주는 계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루 대여 가격은 1만원 안팎으로, 발 사이즈와 굽 높이도 다양하다.

문제는 너도나도 높은 신발을 신는다는 점이다. 애초 키가 작은 관객들이 선택했던 스탠딩화가 신장과 무관하게 확산하면서 정작 키 작은 사람들은 10㎝ 이상의 굽을 신고도 여전히 앞사람의 등에 가로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관람객은 “작은 키를 보완하려 10㎝ 굽을 신고 갔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가 굽 높은 신발을 신어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키가 큰 관람객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키 큰 사람한테 (키 높이 신발을) 신지 말라고 해도 다들 키를 높여서 오니까 키 큰 사람도 신을 수밖에 없다”며 “배려한다고 낮은 신발을 신고 가면 앞사람들이 스탠딩화를 신고 있어서 나도 안 보인다”고 전했다.

스탠딩화가 유행하면서 부상 위험도 커지고 있다. 좁고 인파가 몰린 구역에서 높은 굽을 신고 까치발을 들다 보면, 낙상은 물론 자칫 주변 관객까지 함께 넘어질 수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

특히 무대 근처로 이동하거나 다 같이 점프를 하는 등 움직임이 격해질 때 균형을 잃기 쉬우며, 장시간 서 있으면 발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온라인상에서는 “스탠딩화를 신은 앞사람이 신난다고 뛰다가 넘어졌는데,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을 부딪쳐 이가 부러지는 것을 직접 봤다”, “스탠딩화를 신었다가 발톱이 빠졌다”, “스탠딩화를 몇 시간 동안 신었더니 발이 찢어질 것 같았다”는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공연장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일부 방송사 음악방송 녹화 현장에서는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특정 신장 이상의 팬들에 대해 스탠딩 구역 입장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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