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못 맞추면 발주 축소”…쿠팡 ‘납품 갑질’에 22억 과징금

한지은 기자
수정 2026-02-26 13:37
입력 2026-02-26 12:00
자사 영업지표 달성 위해 납품업자 압박
“압도적 지위 쿠팡 요구 거부 힘들 것”
상품대금 법정 기한보다 233일 늦게 줘
고객 미참여로 남은 상품 비용도 미반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1위 사업자인 ‘쿠팡’이 목표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을 요구한 사실이 적발돼 22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최근 ‘정보 유출’ 사태로 논란을 빚은 쿠팡에 대한 당국의 첫 제재다.쿠팡은 상품대금을 법정 기한을 최대 8개월 넘겨 지급하고 이 기간 벌어들인 8억원대 이자 수익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마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부담을 요구하고, 상품대금을 지연 지급하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 8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자사 영업지표인 PPM(순수상품판매이익률), GM(매출총이익률)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납품업자에게 단가를 낮추거나 광고비 등을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상품 발주 중단 또는 축소 가능성을 암시·예고하며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원식 공정위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쿠팡은 GM·PPM 설정 과정에서 납품업자와 충분히 협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온라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사업자의 요구를 납품업자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대금 지연 지급도 확인됐다. 쿠팡은 2021년 10월 2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직매입거래 상품대금 2809억원을 법정 지급기한(상품수령일부터 60일)을 최소 1일에서 최대 233일 늦게 지급했다. 이에 따른 지연이자(연리 15.5%) 8억 5328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또 2020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쿠팡 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객이 참여하지 않아 발생한 미소진 상품 2만 4986개의 비용 5억 3679만원을 납품업자에게 반환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고객 미참여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음에도 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것은 납품업자에게 반대급부 없는 불이익을 준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21년 4월 도입된 직매입 상품대금 법정지급기한 조항을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조 과장은 “대규모유통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매입거래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면밀히 감시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한지은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