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옹벽 붕괴는 ‘인재’…설계·시공·유지관리 총체적 부실

조중헌 기자
조중헌 기자
수정 2026-02-26 10:57
입력 2026-02-26 10:57

오는 3월부터 보강토옹벽 전수조사

오산 옹벽 붕괴사고 조사결과 발표 권오균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장(계명대 교수)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7월 16일 발생한 오산시 보강토옹벽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지난해 7월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에서 무너진 옹벽으로 발생한 사망 사고는 설계·시공·유지관리의 모든 단계에 걸쳐 기본을 무시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오산 옹벽 붕괴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조위는 보강토 옹벽으로 유입된 다량의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했고, 옹벽에 작용하는 압력(수압)이 가중되면서 붕괴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조위는 “설계·시공·유지관리 모든 단계에 걸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모든 주체별 부실·부적정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먼저 설계 단계에서는 건화이엔지(건화ENG)·동일기술공사·동림컨설턴트가 보강토 옹벽 상부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한 면밀한 위험도 분석을 미흡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뒤채움재의 품질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시공 단계에서 부적정 자재 사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은 세립분(아주 잔 알갱이)이 많이 포함돼 배수가 잘되지 않는 흙을 뒤채움재로 사용하고, 사용 자재(보강토 블록)의 변경 승인 여부와 품질 시험 여부를 불투명하게 처리했다. 한국건설감리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현대건설의 이런 잘못된 업무 처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사고 구간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이미 2018년(가장교차로)과 2020년(우신그린맨션)에도 동일한 보강토 옹벽 붕괴 사고를 냈던 업체로 확인됐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간에 대한 오산시의 안전성 검토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은 미흡했다.

또 사고 발생 20여일 전부터 사고 당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반 침하와 빗물 침투로 붕괴가 우려된다’는 시민들의 구체적인 민원이 다수 제기됐으나, 관리 주체는 원인 분석이나 안전 점검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옹벽 배부름이나 균열을 통한 빗물 유입을 시설물안전법상 ‘중대 결함’으로 지정해 즉각적인 보수·보강이 이뤄지도록 법령을 개정한다. 또한 FMS 미등록 시설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국토부가 직접 미등록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오는 3월부터 5월까지는 전국의 복합구조 보강토 옹벽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위험 징후가 있는 시설은 6월부터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을 거쳐 보수할 계획이다.

권오균 사조위 위원장은 “건설 프로세스 전반의 부실이 드러난 만큼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조중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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