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학살터 위에 세워진 중문성당… ‘치유·평화의 성전’으로 다시 선다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2-26 10:38
입력 2026-02-26 10:38
기존 성전은 철거하지 않고 ‘치유와 평화의 기억관’으로
신축 성당은 1322㎡ 규모로 설계…2027년 7월 완공
‘치유와 평화의 탑’ 명명될 기념탑엔 4·3기록과 추모시
제주 4·3 학살터 위에 세워진 중문성당이 ‘치유와 평화의 성전’으로 다시 선다. 기억의 공간에 머물렀던 성당이 이제는 상처를 보듬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26일 천주교 제주교구에 따르면 중문본당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귀포시 천제연로 149 현지에서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주례로 ‘중문 치유와 평화성당’ 기공식을 연다.
새 성당은 연면적 1322㎡ 규모로 2027년 7월 초순 완공을 목표로 한다. 기존 122㎡ 성전은 철거하지 않고 ‘치유와 평화의 기억관’으로 보존·활용하며, 성모 경당과 기념탑이 조성된다.
중문성당 터는 제주 4·3 당시 어린이 등을 포함한 주민 70여명이 희생된 곳으로 전해진다. 2018년 10월 당시 교구장이던 강우일(베드로) 주교가 이곳을 ‘4·3 기념성당’으로 지정한 뒤, 매년 4월 3일이면 추모 미사가 봉헌돼 왔다. 교회가 비극의 현장을 신앙의 언어로 기억해 온 셈이다.
새 성전 건립은 지난해 1월 부임한 고병수(요한) 주임신부 체제에서 본격화됐다. 교구와의 협의를 거쳐 기금 조성과 설계 준비가 진행됐고, 수원교구 소속 황창연(베네딕토) 신부가 약 30억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설계는 단국대 명예교수 김정신(스테파노) 건축가가 맡았다. 그는 중문성당과 한라산, 제주 4·3 평화공원이 한라산을 사이에 두고 남서-북동 축에 놓인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성당 건물을 기존 남북축에서 45도 틀어 동북-남서 축으로 배치했다. 내부 중심축 길이는 기존보다 1.4배 확장되고, 전면 광장도 넉넉히 확보된다. 제단 후면은 유리로 마감해 한라산과 4·3 평화공원이 성당 내부 시선에 스며들도록 했다. 광장은 미로(만다라) 패턴으로 꾸며 ‘깨달음을 향한 내면의 길’을 형상화한다.
‘치유와 평화의 탑’으로 명명될 기념탑은 높이 13~15m의 네 기둥과 세 갈래 길, 상·중·하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둥 옆 벽면에는 동판 부조로 4·3 관련 기록과 추모 시가 새겨진다. 교구는 이를 “비극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신앙의 상징물”이라고 설명했다.
문 주교는 “중문성당이 제주 4·3의 상처 위에 새롭게 ‘치유와 평화의 성전’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하며 첫 삽을 뜨는 뜻깊은 자리”라며 “중문성당 부지는 제주 4·3 당시 주요 희생 현장이며, 이를 기억하고 치유와 평화를 향한 공동체적 사명을 담아 건립하는 데 깊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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