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관, 서울 한복판 “승리는 우리의 것” 현수막 버젓이…결국 거둬들였다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2-24 20:16
입력 2026-02-24 19:51

‘조국 수호의 날’ 기념행사도 취소

러시아대사관에 걸린 ‘승리는 우리의 것’ 현수막 23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6.2.23


‘승리는 우리 것’ 현수막 건 주한 러시아 대사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주년을 이틀 앞둔 22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 건물 벽에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Победа будет за нами)’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2.22 뉴스1


주한 러시아대사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미화한다는 논란을 자초한 외벽 현수막을 떼어내고 외부 행사도 취소했다.


대사관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소재 대사관 건물 외벽에 내걸었던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 적힌 15m 길이 현수막을 거둬들였다.

이 문구는 2차 대전 당시 사용된 표현이지만 외교 결례라는 비판을 낳았다. 지난 21일쯤 걸린 것으로 알려진 현수막은 러-우 전쟁 발발 4년을 맞은 이날 오전까지도 볼 수 있었다.

현수막 게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주한러시아대사관 관계자와 면담하고, 현수막이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반면 대사관 측은 “대사관 구역 내 배너나 현수막 등 각종 홍보물을 게시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23일 밝혔다.

또한 “우리 대사관은 대조국전쟁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을 건물에 게시한 바 있고, 본 현수막 역시 2월에 있는 러시아의 공휴일인 외교관의 날 및 조국수호자의 날을 계기로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공관의 불가침을 규정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대사관 측이 내건 현수막은 우리 정부가 강제로 뗄 수 없다.

대사관은 “(현수막 표현이) 모든 러시아 국민에게 익숙한 문구로, 러시아 역사상의 여러 영광스러운 장면들과 연결돼 있다”며 “우리는 이런 현수막 게시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누구의 감정도 해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달 개최 예정인 각종 행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현수막을 철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사관은 이날 현수막을 철거하고, 건물 앞에서 예정했던 ‘조국 수호의 날’ 기념행사도 시작 직전 취소 후 내부 행사로 전환했다. 조국 수호의 날은 한국의 국군의 날과 현충일의 성격을 띠는 기념일이다.

대신 이날 대사관 앞에서는 국내 시민단체와 반정부 성향 러시아인들의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푸틴은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러시아대사관은 흉물스러운 현수막을 즉시 철거하라”, “대한민국이 전쟁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러시아인 슈테판 이브게니(55)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아래에 ‘살인마’라고 적힌 피켓과 ‘푸틴은 멈춰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다. 그는 “전쟁과 푸틴에 반대하는 시위를 매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11일 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파병 북한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법행위이며,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은 유엔 헌장 및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 만큼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예정된 주한 러시아대사관 측의 집회 등과 관련해서도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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