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개강특수’도 옛말…고물가에 학생도 상인도 울상[취중생]

손지연 기자
수정 2026-02-21 11:00
입력 2026-02-21 11:00
고물가에 학식·편의점 찾는 학생들
주변 식당들 매출 30~40% 줄어
월세도 고공행진…원룸 거래 급감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워요. 지난해랑 비교하면 매출이 40%나 줄었다니까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에서 8년째 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지난 19일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추위는 한 풀 꺾였지만 새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붐벼야 할 거리는 여전히 얼어 붙었습니다. 김씨는 “이전에는 새벽까지 학생들로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밤 10시만 넘으면 거리에 학생 발길이 뚝 끊긴다”고 말했습니다.
고물가에 대학들이 잇달아 등록금까지 인상하면서 3월 개강을 앞둔 대학가의 분위기가 예년보다 무겁습니다. 지갑이 얇아진 학생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식당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상인들은 ‘개강특수’라는 말이 무색하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고려대 철학과 4학년 김준희(23)씨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운다고 합니다. 김씨는 “1~2학년 때는 친구들과 외식이 잦았지만 요즘은 만원 넘는 식사도 부담”이라면서 “편의점을 가거나 아침에 운영하는 ‘천원학식’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70만~90만원 선에 형성됐습니다. 관리비까지 더하면 한 달 고정 지출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조민석(23)씨는 “2023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이던 집이 이제는 60만~70만원은 줘야 한다”며 “50만원 이하의 집은 살기에 너무 열악하다”고 했습니다. 고려대 신입생 임채준(19)씨는 월세 부담에 기숙사로 눈을 돌렸습니다.
거래가 줄면서 개강 ‘시즌 장사’를 해왔던 공인중개사들도 수입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세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월세 계약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줄었다”며 “이사도 자주하면 비용이 발생하니까 학생들이 재계약을 계속한다”고 전했습니다. 원룸이 비싸 쉐어하우스 같은 대안책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소비 취약계층’이라 고물가에 취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학생은 소득 활동이 제한적이라 고물가 상황에서 자연스레 가성비를 따지고 소비를 절제하게 된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학생들에게 더 많이 홍보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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