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맞네! 김길리 22세에 韓 최초 기록…쇼트트랙 특급 계보 잇는다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2-19 22:01
입력 2026-02-19 22:01
계주 마지막 주자로 막판 대역전극 완성
양손 대고 타며 원심력 이겨낸 투혼 발휘
대회 첫 ‘멀티 메달’ 달성…1500m 남아
막판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우승을 이끈 김길리가 첫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멀티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남은 1500m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이번 대회 국내 선수 최다인 3개의 메달까지 가능하다.
최민정(28), 김길리(22·이상 성남시청), 노도희(31·화성시청), 심석희(29·서울시청)가 나선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4분4초01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이탈리아(4분4초107)와 캐나다(4분4초314)를 따돌리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8년 만의 왕좌 탈환이다. 한국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9번의 동계올림픽에서 7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최강 ‘팀 코리아’의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경기에서 막판 최민정과 김길리가 보여준 역전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는 앞서 중위권을 달리다 막판 역전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전략이 먹히지 않으며 고전했지만 여러 선수가 더 오래 타야 하는 단체전에서는 제대로 통했다. 심석희가 최민정을 밀어주면서 3위에서 2위로, 최민정이 김길리를 밀어준 이후 2위에서 1위로 올라선 장면은 새벽부터 기다린 국민들의 아침잠을 깨우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특히 김길리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며 받는 원심력을 이겨내기 위해 두 손을 모두 빙판에 대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선수들은 한 손을 대고 원심력과 싸우는데 그만큼 우승을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던 김길리의 절실함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결승선을 통과한 김길리는 두 팔을 번쩍 들며 포효했고, 1000m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활짝 웃어 보였다.
김길리는 “(마지막 코너에서)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으면서 안 넘어지려고 버텼다”고 떠올리며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너무 기뻐서 언니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계주에서 막판 넘어졌고, 이번 대회 혼성 계주에서도 미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진 김길리였기에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컸다.
성인 무대에 데뷔해 에이스로 평가받았던 그는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도 1000m 동메달에 이어 계주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전이경, 진선유, 최민정으로 이어지는 특급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고 있다. 22세에 이미 세계선수권을 비롯해 각종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만큼 앞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만약 김길리가 남은 1500m에서까지 금메달을 거머쥔다면 이번 올림픽이 그의 화려한 대관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길리는 21일 새벽 마지막 경기인 1500m에 최민정과 함께 메달에 도전한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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