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윤석열에 무기징역…판결문에 ‘찰스 1세’ 등장한 이유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2-19 16:53
입력 2026-02-19 16:09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비상계엄 선포 443일 만이다. 앞서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13일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날 판결문에서는 1649년 영국 국왕 찰스 1세 재판 사례가 직접 언급됐다. 재판부는 형법 제91조 2호 ‘국헌문란’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역사적 전환점을 짚었다.
“왕도 반역자가 될 수 있는가”…찰스 1세 재판의 의미
찰스 1세는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거두고 반대파를 탄압했으며,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해산시키려 했다. 내전 끝에 그는 반역죄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에서 그는 “누구의 권한으로 나를 재판하느냐”고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답했다. 이는 왕권신수설을 깨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재판부가 이 사례를 언급한 것은, 통치자 역시 법 앞에서는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형법 91조 ‘국헌문란’…대통령도 예외 없다
형법 제91조 2호는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대법원은 국헌문란 목적에 대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전복하거나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시해왔다.
이는 국가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 폐지하는 경우뿐 아니라, 사실상 상당 기간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취지다.
로마 시대와 중세에는 국가와 군주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해 군주가 반역의 주체가 된다는 개념이 희박했다. 그러나 찰스 1세 재판 이후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통치자 역시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리가 자리 잡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외 사례도 검토했으나, 일부 개발도상국 사례는 성공 여부나 책임 규명이 불분명해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선진국의 경우 의회 분할 구조, 임기 교차제, 의회 해산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권력 충돌을 예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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