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의 게임 체인저 ‘하늘의 탱크’ 비행기 뜨나

김중래 기자
김중래 기자
수정 2026-02-17 17:01
입력 2026-02-17 17:01

산림청-국방부 산불 진화 비행기 투입 논의
야간·강풍도 뚫고, 1만2000L 많은 탑재량

공군 C-130 수송기. 연합뉴스


최근 산불이 대형화·장기화하면서 항공기를 활용한 진화 체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험준한 산악지형과 강한 계절풍의 영향으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산림청과 국방부는 기존 헬기 위주의 항공 진화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군 수송기(C-130 허큘러스)를 활용한 ‘고정익 항공기 진화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산불 진화 헬기는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도 신속하게 공중 접근을 할 수 있고, 좁은 지역에서 이착륙 및 공중 정지를 통해 정확한 지점에 집중적인 물이나 소화제를 투입할 수 있어 가장 많이 쓰인다. 그러나 야간이나 악천후 시에는 시야 확보 및 안전 문제로 운용이 제한된다.


17일 한국재난정보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에 실린 ‘공군 수송기(C-130)를 활용한 대형산불 재난 대응 시 사후관리 발전방안’ 등 연구보고서와 산림항공 운항규정 등을 살펴보면, 헬기에 비해 비행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악천후나 야간에도 투입할 수 있는 운용 능력과 압도적인 탑재 용량이다.

헬기는 강한 바람 등 악천후에 취약하다. 한국의 주력 산불 진화 헬기 KA-32와 차세대 주력 헬기인 S-64는 풍속 20m/s가 넘어가면 운용할 수 없다. KUH는 15m/s, 더 작은 BELL-206이나 AS-350은 10m/s만 넘어도 뜨기 어렵다.

야간에도 사고 우려로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 1983년부터 2015년까지 산불 진화 중 발생한 헬기 사고는 21건으로, 이 중 33%가 야간에 발생했다. 응급구조 출동 관련 사고 40건 중 56%도 야간에 발생했다. 이에 산림항공 운항규정은 야간 산불 진화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풍속 10m/s 이내, 시정 5km 이상’이라는 엄격한 기준 하에 투입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강풍으로 산불이 확산될 때 진화의 핵심인 헬기를 쓸 수 없게 되면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반면 C-130과 같은 군 수송기는 야간 비행 및 강풍 상황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또한 군의 24시간 비상대기 체계와 전국 주요 거점 비행장을 활용해 어디든 20~30분 이내에 도착, 초동 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산림청과 국방부가 검토하는 방식은 기존 C-130 기체 화물칸에 일종의 물탱크인 모듈식 소방 시스템(MAFFS)을 장착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S-64(8000L), KA-32(5000L)보다 훨씬 많은 1만 2000L의 담수 또는 소화제를 탑재할 수 있다. 평시에는 공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산불이 집중되는 기간에만 진화용 항공기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14개국이 모듈식 소방 시스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이 대형화되는 추세”라며 “공군의 대형 수송기와 헬기를 혼합 운용해 산불 진화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실제 도입까지는 예산과 실효성 검증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모듈식 소방 시스템은 도입 시 S-64 헬기 도입 비용의 3분의 1 수준인 약 1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기체 부식 방지를 위한 보강 비용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한 헬기보다 정밀 투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운용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김중래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