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피카’ 연출 채브킨 “그때도 지금도 ‘혼돈의 시대’…용기를 보게 될 것”

최여경 기자
수정 2026-02-17 17:00
입력 2026-02-17 17:00
타마라 드 렘피카(1898~1980)는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불린다. 폴란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예술을 누리고 자란 타마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던 중 남편이 러시아 혁명에 연루되자 파리로 망명했다. 이후 미술을 공부하며 자신만의 큐비즘(입체주의) 화풍을 찾았고 유럽 미술계는 그에게 열광했다. 그의 예술성과 당당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오토포트레이트’(1929)부터 그의 경력은 최고조를 향해 갔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활동의 폭을 넓혔지만 모더니즘이 유행하며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아르데코 거장의 삶과 작품, 그의 자유로운 연애는 늘 주목받았고, 지금까지도 예술계에 창작의 영감을 준다.
그를 조명한 연극 ‘타마라’는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돼 11년간 이어졌고, 1999년 1인극 ‘데코 디바’로도 무대화됐다. 2018년 7월 미국 매사추세츠 윌리엄스타운 극장 페스티벌에선 뮤지컬로 초연돼 샌디에이고를 거쳐 2024년 4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 달간 선보였다. 뮤지컬 ‘렘피카’는 오는 3월에는 국내에서 개막한다.
‘렘피카’는 레이철 채브킨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2019년 ‘하데스타운’으로 토니상 뮤지컬 연출상을 받았다. 여성 연출가가 연출상 수상자로 호명된 건 그가 처음이다.
채브킨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렘피카’는 비주얼(시각 효과)로 잘 알려진 ‘하데스타운’과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모던하면서도 강렬하고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21년 ‘하데스타운’ 한국 초연 때는 만삭이어서 한국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렘피카’ 연습 현장에서 배우들을 지켜보면서 “배우들의 감정을 마주하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하겠다는 도전 정신으로 항상 작품을 만든다는 그는 ‘렘피카’가 흥미로운 넘버와 이야기에 깊이가 있는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녀의 모델이 되는 라파엘라, 렘피카의 남편 타데우스 렘피키 간의 삼각관계도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채브킨은 “렘피카는 인간이 만든 혼돈이 넘치는 시대에 살았다”며 “그는 시대적 혼돈을 강렬한 얼굴 속에 숨겼다. 그 완벽함 속에서도 눈빛에서는 그 혼돈이 있다”고 했다. 렘피카 그림이 주는 인상을 무대에서도 살리려고 했다. 비대칭적인 그림의 영향을 받아 배우들이 특정한 각도로 선다. 앙상블의 안무도 그 느낌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자신도 렘피카처럼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그는 “트럼프 시대에서 보이는 현상을 작품에 반영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전작 ‘하데스타운’에서는 넘버 ‘우리가 벽을 세우는 이유’(Why We Build The Wall)가 트럼프 1기 정부의 국경지역 장벽 건설을 비튼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채브킨은 “트럼프 정부는 역사를 간단명료하게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예 제도나 원주민(인디언)에게서 나라를 탈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과거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들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 ‘렘피카’에는 인류가 어떻게 상처를 주는지, 복합적인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담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작품은 오페라에서 볼 수 있는 극한의 감정과 현대적인 느낌의 세련됨을 요구한다”면서 “전작보다 훨씬 더 용기 있으면서 절박한 배우들의 모습을 만나지 않을까 한다”고 한국 초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렘피카’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초연된다는 사실이 설레고 자랑스럽습니다. 어마어마한 도전에 나서는 배우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렘피카’는 오는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한다. 렘피카는 김선영·박혜나·정선아, 라파엘라는 차지연·린아·손승연, 렘피카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마리네티는 김호영·조형균, 타데우스는 김우형·김민철이 열연한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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