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위헌 의견 근거 없어”… 대법 주장 조목조목 반박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수정 2026-02-13 16:14
입력 2026-02-13 16:14

헌재vs대법 갈등 표면화
대법 “사실상 4심제 위헌·소송지옥” 우려에
헌재 “국민 기본권 구제 우선해야… 본질 혼동”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서울신문DB.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4심제에 위헌’, ‘국민이 소송지옥에 빠질 것’이란 취지의 대법원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두 최고 사법기관의 의견 충돌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헌재는 13일 26쪽 분량의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헌법은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귀속시킴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위헌이란 주장에 대해 헌재는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 제40조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규정하는 것과 같이 권력분립 원칙에 기초하여 사법권이 원칙적으로 법원에 귀속되는 것을 천명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헌법소원의 대상을 입법이나 행정의 작용에 국한하고 있지 않다”며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는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소송지옥’ 우려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제4심으로 기능해 분쟁 해결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헌법심의 본질을 가지는 재판소원이 실무상 잘못 운용돼 법원의 법률 해석에 개입하는 경우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는 제도의 본질과 현상을 혼동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송 지연의 우려가 있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 구제 절차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박영재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1일 법사위에서 ‘4심제가 도입되면 국민들이 소송 지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동의한다”라고 답한 바 있다.

재판소원 제도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헌재는 “사법권 독립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를 통해,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 권한을 가진 헌재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상고심도 법률심이자 헌법재판’이라는 대법원 주장에 대해선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대법이 헌재와의 관계에서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성에 대해 최종심사권을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 한해 대법이 최종심사권을 가진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대법원이 헌재의 하위 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며, 헌재와 대법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고유 기능에 따라, 헌법재판권과 구체적 사건에서의 재판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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